얼룩말처럼 껍질에 줄무늬가 선명한 나무들... 양버즘나무 같은 동그란 열매가 차츰 딸기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꾸지나무다. 꾸지나무는 한지를 만든다는 구지構紙에서 유래한다. 한지하면 닥나무지만 꾸지나무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쓰인 나무였다. 수 차례 거란을 물리친 고려는 덕종 대부터 여진, 탐라, 일본의 호족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면서 송나라, 거란과 대등한 동북아시아의 강대국으로 군림한다. 이복형 덕종과 정종을 이어 11대 문종(1019~1083)이 즉위한다. 이들 셋은 고려-거란 전쟁 당시 피난길에 오른 현종을 유일하게 받아준 공주 귀족 김은부의 딸들이 낳은 왕이었다. 문종은 최충과 함께 협상과 조정을 통한 문치 정책을 펴 나갔다. 해동공자라는 최충은 구재학당이라는 문헌공도를 설립해 유학 보급에 힘썼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