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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플루메리아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의 플루메리아Plumeria... 하와이와 캄보디아에서도 만났던 꽃이다. 카리브해를 탐험했던 프랑스 식물학자 플뤼미에를 기려 린네가 붙였다. 또는 이탈리아 향수 제조업자의 가문의 이름에서 유래한 '프랜지파니'로도 불린다. 마야 문명에서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플루메리아를 생명과 다산의 신과 연결해 신성시했고, 왕족과 귀족의 정원에 심을 수 있는 나무였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스페인에 의해 필리핀을 거쳐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다. 플루메리아는 사원 주변에 많아서 '사원의 꽃Temple Flower'으로 불린다.특히 플루메리아는 연중 따스한 기후의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이다. 환영의 의미를 담은 알로하Aloha의 꽃으로, 꽃 목걸이 '레이Lei'를 만드는데 쓰인다. 알로하Aloh..

22. 울릉도 후박엿, 후박나무

제주공항을 나서자마자 만난 후박나무... 제주도 전체의 가로수는 치자나무(~15.2%) > 무궁화(~15.1%) >왕벚나무(~13.6%) > 후박나무(~9.1%) > 먼나무(~8.7%) 순이다. 교목으로는 벚나무에 다음이며, 제주시 도심지의 도로변으로 한정하면 가장 많은 나무다.나무껍질이 두텁다는 뜻을 가진 후박厚朴나무는 식물학적 분류와 한방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얽히면서 서로 다른 세 나무를 지칭하기도 한다. 한방에서 위장병, 소화불량 치료에 쓰이는 약재인 '후박厚朴'은 중국목련으로도 불리는 중국후박의 껍질을 말한다. 일본 원산의 일본목련도 일본에서는 한자로 후박厚朴이다. 이처럼 후박은 본래 껍질이 두터운 목련과 나무의 껍질로 일본 목련도 모양이나 약성이 중국목련과 비슷해서 한방에서 혼용되기도 한다. ..

21. 밤눈 밝아지는 블루베리?

울긋불긋한 블루베리...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생식하거나 말려서, 잎은 차로 뿌리는 약용으로 먹었던 열매다.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처했을 때 원주민들이 알려준 옥수수, 보리의 재배법과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의 야생 열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블루베리가 눈 건강을 상징하는 과일로 인식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항공기 탑재용 공중 요격 레이더를 개발했다. 이를 장착한 영국 전투기들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도 지상 레이더 기지와 교신하면서 독일기를 여지없이 격추했다. 독일은 귀신처럼 어디선가 나타나는 전투기에 속절없이 당했다. 영국군은 조종사들이 당근과 블루베리 잼을 많이 먹어 밤눈이 밝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레이더의 노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왜 당근과 블루베리일까? ..

20. 검투사의 꽃, 글라디올러스

낯선 이름의 글라디올러스Gladiolus... 뾰족한 잎의 날카로운 모습이 '검gladius'을 닮았다는 속명에서 유래한다. 칼의 나리sword lily로도 불리며, 꽃 줄기를 따라 꽃이 위부터 층층이 피어 '층층붓꽃'으로도 불린다. 화려한 글라디올러스 꽃은 경조사 화환이나 장식에 많이 쓰인다. 서양에서는 연인들이 꽃대에 달린 꽃송이의 수로 약속 시간을 정하기도 했다. 꽃송이가 두 개면 2시다. 꽃말은 연인들에 어울리는 '밀회'다. 고대 로마에서 글라디올러스는 검투사gladiator에게 바치는 꽃이었다. 검투사의 기원은 에트루리아의 장례 의식에서 비롯된다. 당시 고대인들은 유력자가 사망했을 때, 그의 무덤 앞에서 노예나 포로들이 검투에서 흘린 피와 죽음이 망자를 위로하고 저승길을 호위할 것으로 믿었다. ..

19. 광해군과 사삼각로, 더덕

처음 보는 낯선 열매... 그렇지만 뿌리는 울퉁불퉁한 작은 혹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데서 유래한 익숙한 더덕이다. 한방에서는 더덕을 모래 땅에서 잘 자라고 인삼과 비슷해서 사삼沙蔘 또는 유백색 진액이 양의 젖과 비슷하다는 양유근으로 불린다. 더덕은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뿐만 아니라 사포닌이 많아 효능도 인삼과 비슷하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더덕은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후 매콤달콤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더덕구이와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더덕무침이 대표적이다. 더덕 요리로 왕의 환심을 사서 정승에 반열에 오른 사람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활약했고, 광해군 때 좌의정으로 인목대비의 폐모론에 소극적이었던 한효순이었다. 더덕과 꿀을..

18. 봉리, 파인애플

서울식물원 온실의 자그마한 파인애플pineapple... 열매가 솔방울과 비슷하다는 스페인어 '피냐'를 영어로 번역한데서 유래한다. 애플은 사과뿐만 아니라 둥근 열매를 통칭하는 보통명사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솔방울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소나무의 원뿔이라는 '파인 콘Pine cone'이 됐다. 한자어는 봉황처럼 생긴 배, 봉리鳳梨다. 콜럼버스에 의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파인애플은 높은 당도와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는 산미, 풍부한 과즙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과일이었다. 당시 귀족들은 에르메스 백처럼 파인애플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초상화에 같이 그릴 정도로 파인애플은 부의 대명사였다. 19세기 파인애플은 하와이에서 플랜테이션 작물로 대량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 중 델몬트와 세계 청과물 시장을 양분하는..

17. 비쭈기나무와 겐지 모노가타리

국립생태원 온실에서 만난 비쭈기나무... 가늘고 긴 분홍색의 새순이 옆으로 삐쭉하게 휘어져 나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와 전남의 일부 섬,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자생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 비쭈기나무는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경목境木 혹은 신이 머무른다는 신목神木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해마다 일본 총리가 바치는 공물도 쌀 같은 곡물이 아니라 비쭈기나무를 묶은 다마구시Tamagushi다. 각종 축제에서 신관이 신을 부를 때도 비쭈기나무 가지를 흔들거나 땅에 두드린다. 한자도 나무 '목木'에 '신神'을 합한 일본식 한자인 '신榊'이다. 절에서는 붓순나무 가지 묶음을 불단에 바치는데 붓순나무는 나무 '목木'에 '신佛'을 합한 '불梻'로 쓴다. 비쭈기나무는 일본 황실의 조상신으로 ..

홍죽

진분홍 잎이 특이한 홍죽紅竹... 영어로는 코르딜리네Cordyline 혹은 폴리네시아와 하와이 등 태평양 섬 지역에서는 나쁜 기운과 악령을 쫓아내는 의미가 있어 집 주변에 심어 가정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했던 행운의 식물good luck plant이다.동양에서 붉은색은 오래전부터 벽사辟邪의 색이었다. 벽사란 간사한 것邪을 피하고 물리친다辟는 의미다. 동지 때 먹는 팥죽도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궁궐이나 서원, 왕릉의 홍살문도 잡귀를 막는 의미가 있다. 붉은색 종이에 쓰인 부적이나 신부의 연지곤지도 액땜을 위한 것이었다.

5. NEW 풀꽃나무 2026.07.28

구즈마니아

식물원의 시선을 사로잡는 꽃...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원산의 구즈마니아다. 겨우살이처럼 나무나 암석 등에 붙어 사는 착생식물着生植物로 양분과 수분은 잎에서 흡수하며 뿌리는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물도 뿌리보다 잎에 난 물구멍에 고이게 주면 천천히 수분을 흡수한다.구즈마니아는 파인애플과로 파인애플 같은 열매는 없지만 붉은색, 분홍색, 오렌지색 등의 화포가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이름은 스페인 식물학자 구즈만Guzmán에서 유래하며, 영어는 Scarlet Star, Flaming Torch, Orange star 등으로 불린다. 다른 파인애플과처럼 잎 가장자리가 둥글게 말리면서 잎 아래 뿌리 쪽에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홈이 있어 Water tank plant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색체리라고도..

5. NEW 풀꽃나무 2026.07.26

아가판서스

기다란 줄기 끝에 핀 연보라색 꽃... 그리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agapa'와 꽃의 'anthos'가 합쳐져 '사랑의 꽃이라는 뜻을 가진 아가판서스Agapanthus다.아가판서스는 모네가 말년에 지베르니 정원에 심어 즐겨 그린 꽃 중 하나였다. 지베르니 정원은 모네에게 영감을 준 창작의 원천으로, 정원 유지를 위해 여섯 명의 정원사를 고용할 정도였다. 모네는 연못 가장자리에 아가판서스를 심고 수련, 등나무, 아이리스, 대나무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였다. 그리고 수련 연작을 비롯한 후기 인상주의 작품의 걸작을 남긴 것이다.

5. NEW 풀꽃나무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