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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광해군과 사삼각로, 더덕

처음 보는 낯선 열매... 그렇지만 뿌리는 울퉁불퉁한 작은 혹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데서 유래한 익숙한 더덕이다. 한방에서는 더덕을 모래 땅에서 잘 자라고 인삼과 비슷해서 사삼沙蔘 또는 유백색 진액이 양의 젖과 비슷하다는 양유근으로 불린다. 더덕은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뿐만 아니라 사포닌이 많아 효능도 인삼과 비슷하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더덕은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후 매콤달콤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더덕구이와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더덕무침이 대표적이다. 더덕 요리로 왕의 환심을 사서 정승에 반열에 오른 사람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활약했고, 광해군 때 좌의정으로 인목대비의 폐모론에 소극적이었던 한효순이었다. 더덕과 꿀을..

18. 봉리, 파인애플

서울식물원 온실의 자그마한 파인애플pineapple... 열매가 솔방울과 비슷하다는 스페인어 '피냐'를 영어로 번역한데서 유래한다. 애플은 사과뿐만 아니라 둥근 열매를 통칭하는 보통명사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솔방울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소나무의 원뿔이라는 '파인 콘Pine cone'이 됐다. 한자어는 봉황처럼 생긴 배, 봉리鳳梨다. 콜럼버스에 의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파인애플은 높은 당도와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는 산미, 풍부한 과즙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과일이었다. 당시 귀족들은 에르메스 백처럼 파인애플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초상화에 같이 그릴 정도로 파인애플은 부의 대명사였다. 19세기 파인애플은 하와이에서 플랜테이션 작물로 대량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 중 델몬트와 세계 청과물 시장을 양분하는..

17. 비쭈기나무와 겐지 모노가타리

국립생태원 온실에서 만난 비쭈기나무... 가늘고 긴 분홍색의 새순이 옆으로 삐쭉하게 휘어져 나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와 전남의 일부 섬,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자생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 비쭈기나무는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경목境木 혹은 신이 머무른다는 신목神木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해마다 일본 총리가 바치는 공물도 쌀 같은 곡물이 아니라 비쭈기나무를 묶은 다마구시Tamagushi다. 각종 축제에서 신관이 신을 부를 때도 비쭈기나무 가지를 흔들거나 땅에 두드린다. 한자도 나무 '목木'에 '신神'을 합한 일본식 한자인 '신榊'이다. 절에서는 붓순나무 가지 묶음을 불단에 바치는데 붓순나무는 나무 '목木'에 '신佛'을 합한 '불梻'로 쓴다. 비쭈기나무는 일본 황실의 조상신으로 ..

홍죽

진분홍 잎이 특이한 홍죽紅竹... 영어로는 코르딜리네Cordyline 혹은 폴리네시아와 하와이 등 태평양 섬 지역에서는 나쁜 기운과 악령을 쫓아내는 의미가 있어 집 주변에 심어 가정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했던 행운의 식물good luck plant이다.동양에서 붉은색은 오래전부터 벽사辟邪의 색이었다. 벽사란 간사한 것邪을 피하고 물리친다辟는 의미다. 동지 때 먹는 팥죽도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궁궐이나 서원, 왕릉의 홍살문도 잡귀를 막는 의미가 있다. 붉은색 종이에 쓰인 부적이나 신부의 연지곤지도 액땜을 위한 것이었다.

5. NEW 풀꽃나무 2026.07.28

구즈마니아

식물원의 시선을 사로잡는 꽃...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원산의 구즈마니아다. 겨우살이처럼 나무나 암석 등에 붙어 사는 착생식물着生植物로 양분과 수분은 잎에서 흡수하며 뿌리는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물도 뿌리보다 잎에 난 물구멍에 고이게 주면 천천히 수분을 흡수한다.구즈마니아는 파인애플과로 파인애플 같은 열매는 없지만 붉은색, 분홍색, 오렌지색 등의 화포가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이름은 스페인 식물학자 구즈만Guzmán에서 유래하며, 영어는 Scarlet Star, Flaming Torch, Orange star 등으로 불린다. 다른 파인애플과처럼 잎 가장자리가 둥글게 말리면서 잎 아래 뿌리 쪽에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홈이 있어 Water tank plant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색체리라고도..

5. NEW 풀꽃나무 2026.07.26

아가판서스

기다란 줄기 끝에 핀 연보라색 꽃... 그리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agapa'와 꽃의 'anthos'가 합쳐져 '사랑의 꽃이라는 뜻을 가진 아가판서스Agapanthus다.아가판서스는 모네가 말년에 지베르니 정원에 심어 즐겨 그린 꽃 중 하나였다. 지베르니 정원은 모네에게 영감을 준 창작의 원천으로, 정원 유지를 위해 여섯 명의 정원사를 고용할 정도였다. 모네는 연못 가장자리에 아가판서스를 심고 수련, 등나무, 아이리스, 대나무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였다. 그리고 수련 연작을 비롯한 후기 인상주의 작품의 걸작을 남긴 것이다.

5. NEW 풀꽃나무 2026.07.25

조뱅이

연분홍 꽃 조뱅이... 농부에게는 성가신 잡초지만 무리지어 핀 꽃이 예쁘다. 작고 좁다는 뜻의 옛말인 '조방'과 '가시'가 합쳐진 조방가시에서 조방이를 거친 우리말이다. 작은 가시가 있는 엉겅퀴를 닮아 '작은 가시 엉겅퀴'로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이들을 대계大薊와 소계小薊로 구분하며 지혈에 사용한다.엉겅퀴는 억센 가시가 있어 조뱅이와 구분이 쉽지만, 조뱅이와 지칭개와는 매우 비슷하다. 지칭개는 잎이 깃꼴로 깊게 갈라지며, 잎에 가시가 없다. 반면에 조뱅이는 타원형 잎의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며,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5. NEW 풀꽃나무 2026.07.23

연필선인장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연필 선인장... 통통한 녹색 줄기가 연필을 닮은 데서 유래한 '연필 선인장pencil cactus'이지만 대극과의 다육식물이다. 줄기에는 선인장의 특징인 가시가 없으며 끝에는 황록색의 작은 꽃들이 뭉쳐 핀다. 또한 산호와 닮아 '청산호靑珊瑚'로도 불린다. 줄기에서 나오는 하얀 진액은 알레르기나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청산호는 진액에 탄화수소 화합물이 많아 석유식물로 연구된다. 석유식물이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직접 탄화수소나,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중간산물을 만들어 대체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식물을 말한다. 이는 광합성의 이산화탄소 환원회로(칼빈회로)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칼빈에 의해 제기되었다.현재 알려진 석유식물로는 청산호와 유칼립투스다. 청산호에는 탄화수소 ..

5. NEW 풀꽃나무 2026.07.19

18. 프리다 칼로 : 인생이여 만세, 수박

삼지창 같은 줄기 사이로 익어가는 주먹만한 수박... 수박의 한자는 물 '수水'일 것 같지만 '물'을 뜻하는 옛말인 '슈'와 '박'에서 유래한 순우리말이다. 한자로는 '서역에서 전해진 오이'라는 뜻의 서과西瓜다. 오랑캐胡에서 들어온 박이라는 호박의 한자어도 남쪽(남만)에서 전해진 오이라는 남과南瓜다.수박에서 떠올린 화가는 프리다 칼로였다.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프리다 칼로는 6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기형이었지만 더 큰 고통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로 갈비뼈와 척추가 부서지고, 철제 난간이 골반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녀 나이 17세였다. 몇 주 후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그녀의 몸은 견인기와 석고 깁스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