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울교대의 풀꽃나무 65

65. 금송

반듯하게 자란 금송金松... 굵고 통통한 잎의 뒷면이 황백색인데서 유래한다. 일본 원산으로 잎이 우산처럼 원추형으로 펼쳐져 있어 영어로는 ‘Japanese umbrella-pine’이다. 습기에 강해서 궁궐 기둥이나 관재에 널리 쓰이며 일본에서는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다. 벽돌무덤 형태의 무덤 백제 무령왕릉과 무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쌍릉에서 발굴된 왕과 왕비의 시신을 넣었던 목관의 재료가 바로 금송이다. 금송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총독관저(현 청와대)에 심으면서 국내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과 함께 순행하면서 대구에서 기념식수한 가이즈카향나무처럼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교대에서도 눈에 잘 띄이지 않는 외진 음악관 모퉁이 벽에 금송이 자란다.

64. 봄망초

꽃잎 가장자리를 연분홍으로 물들인 꽃... 대부분 개망초라고 하지만, 봄에 피는 봄망초다. 개망초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핀다. 대구에서 처음 발견되어 대구망초로도 불린다. 개망초와 구분하면, 개망초는 하얀 꽃이 다림질한 와이셔츠처럼 반듯하지만, 봄망초는 줄기 속이 비어 있고 연분홍 꽃잎은 광목을 누빈 천처럼 약간 오돌토돌하며 꽃잎의 수도 많다. 그보다 봄에 피면 봄망초, 여름 가을에 피면 개망초다. 봄 여름 사이 피면... 깔끔과 안깔끔으로 구분하면 될까?

63. 계수나무

잎이 하트 모양인 계수나무... 나무는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윤극영(1903~1988)의 동요 ‘반달’(1924년)로 우리의 동심에 각인된 계수나무가 우리학교에도 있었다. 계수나무는 노란 단풍이 예뻐서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풀은 하날 은하물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톡기 한 머리 / 돗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업시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그러나 반달의 계수나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계수나무와는 다르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될 당시 나무에 ‘계桂’가 적혀 있어 계수나무라 불렀으나, 이미 중국의 ‘목서’를 ‘계수桂樹’로 부르고 있었다. 따라서 달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옥토끼 설화와 동요 반달에서의 계수나무는 목서를 말한다.

62. 산딸나무

열매가 산딸기를 닮은 우리나라 원산의 산딸나무는 하얀 네 장의 포엽이 있어 한자어로 사면을 비춘다는 사조화四照花다. 미국 원산의 꽃산딸나무는 포엽이 발갛다. 꽃산딸나무는 4월에 꽃이 먼저 피며, 산딸나무는 5월에 잎과 꽃이 함께 난다. 산딸나무의 포엽은 끝이 뾰쪽하지만, 꽃산딸나무는 오목하며 산수유 같은 열매가 뭉쳐서 난다. 또한 산딸나무 열매는 달착지근하지만 꽃산딸나무 열매는 떫다.예수의 십자가는 꽃산딸나무라고도 하지만 미국 원산으로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열십자 모양의 포엽 끝이 마치 못 자국이 난 것처럼 오목해서 기독교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여겼다. 재질이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워 목관악기와 가구나 조각에 쓰이며, 껍질에는 키니네 성분이 있어 남북전쟁(1861~1865) 당시 말라리아 치료에도 쓰였다.

61. 꽃잔디

사향광장 한 켠에 잔디 위에 핀 꽃잔디... 꽃이 피기 전의 잔디 같은 초록색 잎과 예쁜 꽃이 핀 것에서 이름한 ‘꽃잔디’다. 패랭이꽃을 닮아 '지면패랭이'로도 불리지만, 패랭이꽃과 달리 꽃잎에는 톱니 모양이 없다. 패랭이꽃을 닮은 꽃잎이 크고 풍성한 카네이션은 ‘꽃패랭이꽃’으로 불린다. 조경의 기본은 잔디다. 과실 등의 생산성은 없지만 깔끔한 정원 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이 소모되는 잔디는 중세 유럽에서 귀족의 상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원과 잔디를 방치하는 집은 이웃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60. 등나무

태종 이방원(1367~1442)은 포은 정몽주(1337~1392)를 회유하는데 실패하자, 선죽교에서 그를 제거했다. 이때 그들이 주고받았던 시조가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드렁은 논밭의 가장자리에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으로 ‘드렁 칡’은 둑이나 언덕을 따라 뻗은 칡덩굴을 말한다. 한자어 ‘갈등’은 칡葛과 등藤나무가 서로 엉켜 자라면서 생겨난 한자어다. 덩굴식물들은 굴촉성이 있어 물체에 닿지 않는 쪽으로 옥신이 이동해 빨리 자라는데, 칡은 반시계,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나무를 감고 올라가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 엉키면 안쪽에 있는 것은 눌려서 죽기 때문이다. 화려한..

59.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소담스런 꽃이 흰 쌀밥을 그릇 위로 수북하게 담은 ‘고봉밥’과 비슷하다는 이밥나무에서 유래한다. 예로부터 꽃이 많이 피면 풍년, 그렇지 않으면 가뭄으로 점쳤다. 또는 24절기의 입하(양력 5월 5일 경) 무렵에 꽃이 핀다는 ‘입하목’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잎을 말려 차로 마시는 ‘다엽수茶葉樹’로도 불린다. 그런데 왜 쌀밥을 이밥이라 불렀을까? 고려 말, 토지제도의 문란으로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국가는 관리들에게 밭에서 생산되는 소출의 1/10을 세금으로 거두는 수조권을 녹봉으로 주었다. 관리들은 퇴직 후에도 세금을 거두었는데, 이에 더해 신임 관리에게도 수조권이 주어졌다. 이러한 수조권이 세습되면서 수조권자가 9명이면 90%를 세금으로 내야했다. 마침내 역성혁명으로 조선 왕조가 들어..

58. 모란

모란은 작약과의 떨기나무다. 신라 진평왕 당시 중국에서 들어온 모단은 활음조 현상으로 모란이라 읽는다. 모단은 굵은 뿌리에서 돋아나는 새싹이 수컷의 형상과 같다는 ‘모牡’와 꽃 색깔이 붉다는 ‘단丹’의 합성어다. 삼국사기(114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이 공주 시절에 모란에 얽힌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당 태종이 모란을 세 가지 색깔, 즉 붉은색·자주색·흰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씨앗 석 되를 보내왔다. 왕이 꽃 그림을 보고 말하기를 ‘이 꽃은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오.’라고 했다. 이에 명하여 뜰에다 심게 했다가 그것이 피고 지기를 기다렸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실제로는 모란 향은 품종에 따라 다르다. 식물을 1~9품으로 분류한 원예 전문서 ‘화암수록’에 의하면 ‘..

57. 둥굴레

활처럼 휘어진 줄기에 일렬로 대롱대롱 매달린 하얀 꽃... 대개 꽃은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열지만 부끄러움을 타는지 애기나리처럼 고개 숙인 둥굴레다. 게다가 꽃잎의 끝은 연녹색이다. 은빛의 까만 열매는 구슬처럼 굵고 단단해 보인다. 둥굴레는 둥근 뿌리에 굴레 모양의 마디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잎은 옥잠화와 비슷하지만 뿌리가 확연히 다르다. 구황식물로도 배고픔을 구하는 풀, ‘구궁초救窮草’로도 불린다. 말린 뿌리를 볶아서 만든 구수한 향과 단맛의 둥굴레차는 메밀차, 녹차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차들 중 하나다. 그런데 놀랍게도? 둥굴레는 영어로 Solomon’s seal(솔로몬의 인장)이다. 이것은 원 안에 두 개의 삼각형이 역교차된 형태의 헥사그램으로 솔로몬 왕의 반지에 새겨진 문양이다..

56. 씀바귀

고들빼기보다 더 쓴 풀은 씀바귀다. 잎과 뿌리에서 나오는 하얀 즙이 쓴맛이 강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들빼기와 마찬가지로 ‘고채’로도 불렸다. 이들로 담근 김치의 쌉싸름한 맛은 봄철의 입맛을 돋운다. 특히 고들빼기 김치는 인삼을 씹는 맛과 비슷해서 ‘인삼김치’라고도 한다. 쓴맛은 소금이나 식초를 넣은 물에 하루 정도 담가서 빼낸다.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씀바귀는 꽃술이 검고, 고들빼기는 꽃잎처럼 노랗다. 잎도 씀바귀는 줄기에서 그냥 나오지만 고들빼기는 잎이 줄기를 감싼다. 고들빼기 뿌리는 통통한 짧은 덩이 뿌리여서 김치로 담그지만, 씀바귀는 긴 뿌리이며 주로 나물을 먹는다. 고들빼기와 씀바귀의 효능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쓴맛은 열을 내리는 청열 작용으로 염증에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