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풀꽃나무에서 만난 한국사_완료 44

04. 공손하자 - 은행나무

길가에 나뒹구는 은행 열매... 행에 밟을까 그 사이를 까치발로 조심조심 걷는다. 은행銀杏은 은빛 가루가 덮인 살구杏라는 뜻이다. 영어로도 silver apricot 혹은 ginkgo다. 한자어는 잎이 오리발을 닮아서 압각수鴨脚樹 또는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 대에 열매가 열린다는 공손수公孫樹다. 공손수에는 고구려 17대 소수림왕(?~384)의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한다.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고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나라는 고구려다. 313년 15대 미천왕(?~331)은 중국이 5호 16국의 혼란기로 접어드는 혼란한 국제 정세를 틈타 낙랑군을 몰아내고 계속해서 16대 고국원왕(?~371)은 요동으로의 진출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전연과 대립한다. 342년 고구려를 공격한 전연은 미천왕의 시신을 탈취하고 ..

03. 위만조선과 삼국의 시작 - 대나무, 주목

제기차기, 자치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그리고 활싸움... 야산에서 잘라낸 단단하고 탄력 있는 대나무의 양끝을 나이롱 끈으로 묶고 팽팽하게 당긴다. 화살 역시 대나무였다. "돌격! 앞으로" 외치며 뛰어 나가려는 찰나, 친구가 쏜 화살이 휙~ 눈가를 스친다. 실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땐 그렇게 들판을 뛰어 다녔다. "사기"에 의하면 BC195년 연나라 왕이 한나라에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흉노로 도주하자 연나라 사람 위만은 천여 명의 무리를 이끌고 패수를 건넌다. 기자조선의 준왕은 위만을 서쪽 변방의 관리로 삼았다. 그러나 차츰 그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지자 위만은 준왕을 몰아내고 왕검성에 도읍을 정했다. BC108년 위만조선은 한무제에 의해 멸망한다. 한나라는 낙랑, 임둔, 진번, 현도의 한사군을 설..

02. 기자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고사리

불판 위로 두툼한 삼겹살과 물에 불린 고사리가 올라온다. 삼겹살에 웬 고사리일까 싶지만, 제주에는 고사리 삼겹살 맛집이 있을 정도다.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는 돌돌 말린(曲, 곡) 새순이 국수 등을 말은 ‘사리’와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생고사리는 비타민B1(티아민) 분해 효소가 있어 소를 비롯한 가축들은 먹지 않는다. 사마천의 “사기열전(BC91년)”에는 충신의 대명사인 백이·숙제와 고사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은나라의 고죽국에는 백이, 아빙, 숙제 삼형제가 있었다. 왕은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으나 그는 백이에게 양보했다. 백이가 아버지의 뜻이라며 사양하고 피신해 버렸다. 이에 숙제도 형을 따라 가버리자 아빙이 왕위를 이었다. 이리저리 떠돌던 백이·숙제는 주나라의 무왕이 상국인 은나라의..

01. 배달의 민족 - 박달나무

눈 덮인 산을 오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독특한 껍질이다. 코르크 같은 굴참나무, 거북등처럼 갈라진 소나무, 은백색의 자작나무, 피부가 튼 것 같은 단풍나무, 얇은 종이를 붙인 것 같은 물박달나무... 그 중 박달나무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나무다. 일연의 “삼국유사(1281년)”는 신단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그 곳을 신시라 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소원했다. 환웅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며 이르기를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다. 곰은 잘 참아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다. 웅녀는 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