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모양의 화려한 꽃을 피운 디기탈리스digitalis... 꽃이 장갑의 손가락을 닮아 손가락이라는 라틴어 ‘digit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디기탈리스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고흐(1853~1890)의 천재적인 재능을 이끌어낸 꽃이었다. 화랑 직원, 책방 점원, 성직자의 길 등을 전전하던 고흐가 화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27세였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던 밀레와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묘사하면서 기교를 익혀나갔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1863년)’로부터 시작된 인상파의 색체에 영향을 받은 그는 사물을 분석하는 대신 사물에서 받은 감동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후 남프랑스 아를로 내려간 그는 예술가 공동체를 꿈꾸며 여러 사람을 초대했지만 응한 사람은 고갱(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