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사

2-03. 위만조선과 삼국의 시작 - 대나무, 주목

flower-hong 2024. 8. 5. 22:00

제기차기, 자치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그리고 활싸움... 야산에서 잘라낸 단단하고 탄력 있는 대나무의 양끝을 나이롱 끈으로 묶고 팽팽하게 당긴다. 화살 역시 대나무였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뛰어 나가려는 찰나, 친구가 쏜 화살이 휙~ 눈가를 스친다. 실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땐 그렇게 들판을 뛰어 다녔다. 

"사기"에 의하면 BC195년 연나라 왕이 한나라에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흉노로 도주하자 연나라 사람 위만은 천 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패수를 건넌다. 기자조선의 준왕은 위만을 서쪽 변방의 관리로 삼았다. 그러나 차츰 그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지자 위만은 준왕을 몰아내고 왕검성에 도읍을 정했다.
 

왕대

 
BC108년 위만조선은 한무제에 의해 멸망한다. 한나라는 낙랑, 임둔, 진번, 현도의 한사군을 설치한다. 우리 상고사에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는 기자동래설과 한사군(낙랑군)의 위치다. 강단사학, 재야사학, 민족사학 등으로 갈라진 고대사학계는 주장을 달리한다. 강단사학은 "삼국사기" 등을 근거로 한사군의 한반도설을 인정하지만 민족사학은 요서 지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위만조선이 멸망한 후 한사군과 투쟁하며 성장한 나라는 고구려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1193년)”에 실린 “동명왕편”에는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에 대한 주몽 신화가 전한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딸 유화와 사랑을 한 후 떠나버리자 하백은 유화를 추방한다. 북부여 왕 금와에게 구출된 유화는 알을 낳고 주몽이 태어났다. 주몽은 7살 때부터 활과 화살을 만들고 날아다니는 파리까지 잡을 정도로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났다. 그를 시기한 금와의 왕자들이 죽이려 하자, 졸본으로 피해 고구려를 건국하여 동명성왕이 되었다. 그는 졸본부여 왕의 딸, 소서노와 결혼하여 비류와 온조를 낳았다. 어느 날 동부여의 예씨에게서 태어난 유리가 찾아오자 그를 태자로 삼았다. 비류와 온조는 백성을 이끌고 미추홀과 위례에 나라를 세웠다. 비류가 죽자 그의 신하들은 온조에게 돌아갔고 나라를 백제라 하였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주몽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는 활의 나라였다. 우리 민족을 뜻하는 동이東夷의 이夷도 큰활大弓을 뜻한다. 활에는 대나무, 뽕나무, 참나무, 소의 힘줄, 물소뿔 등을 어교로 결합한 각궁과 대나무로 만든 죽궁 등이 있다. 특히 각궁은 길이가 짧은 단궁이지만 시위를 풀면 활이 거꾸로 뒤집힐 정도로 탄성이 강하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어교의 접착력이 약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명분 중 하나도 비가 많이 내려 활의 접착제가 풀린다는 것이었다.  

시위를 풀면 거꾸로 뒤집힌 모양이 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이나 일본과 같이 고온다습한 섬나라는 접착제 사용이 적은 장궁長弓을 많이 썼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1337~1453) 초기에 영국군은 절대적인 숫적 열세였다. 그러나 장궁으로 무장한 사수들은 크레시전투에서 프랑스 기마병을 대파함으로써 기사도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당시 기사는 중세의 상징이자 봉건제도를 유지하는 군사력의 근간이었다. 마르크스는 귀족과의 계급투쟁에서 승리한 부르주아에 의해 근대가 시작됐다고 했지만 중세 기사를 무너뜨린 것은 탄력 있는 주목으로 만든 장궁이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인 나무, 주목


고구려와 백제보다 먼저 나라를 세운 것은 고조선이 멸망한 후 남하하여 여섯 마을을 이루고 있었던 신라(사로국)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도 알에서 태어난다. 

「마을의 촌장들이 군왕을 정하고자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산 기슭의 우물가에 번개 같은 기운이 드리워진 곳에서 흰말이 승천했다. 그곳에는 온몸에서 빛을 발하는 사내아이가 있었다. 같은 날 사량리 알영 우물가에서는 계룡이 겨드랑이로 여자 아이를 낳았다. 박 같은 알에서 태어난 사내는 성을 박씨,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혁거세赫居世라 짓고, 여자 아이는 알영이라 하여 왕과 왕비로 삼았다.」

이후 삼국은 고구려 6대 태조대왕(47~165)을 시작으로 백제 8대 고이왕(?~286), 신라 17대 내물왕(?~402) 시기에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다. 그 시작은 활쏘는 자 고주몽과 그의 아들 온조 그리고 박혁거세다.

※ 왕서방, 나카무라, 박가네

중국 사람을 왕서방, 일본 사람은 나까무라로 부르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우리를 박가네라 부른다. 박씨는 우리의 토착 성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김, 이, 박의 순서로 인구가 많고 김씨는 천만 명이 넘는다. 중국은 왕, 리, 장, 류, 첸 5대 성씨가 전체의 30% 이상이며 왕씨는 1억 5백여 만명이다. 일본은 성씨가 10만개 이상으로 가장 많은 사토도 190만여 명으로 같은 반이나 직장에 성씨가 같은 경우가 드물다. 나까무라는 100만명으로 8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