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울교대의 풀꽃나무 74

24. 섬잣나무

잣나무에 비해 잎이 뭉툭하며 선이 굵은 섬잣나무...정원이나 공원에 많기 때문에 흔한 나무로 오해하기 쉽지만 원래 섬잣나무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오엽송으로 불린다. 섬백리향, 섬초롱, 섬단풍처럼 이름에 '섬'이 있는 식물들은 울릉도 원산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잣나무와 눈잣나무, 섬잣나무가 자라며 미국에서 도입한 스트로브잣나무(미국오엽송)가 있다.

23. 남천

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새빨간 열매뿐만 아니라 빨갛게 물든 잎이 선명한 남천南天... 남천은 원산지인 중국의 남천과 줄기 끝에 매달린 열매가 횃불처럼 보인다는 촉燭을 합친 남천촉으로 불린다. 내한성이 강한 잎이 대나무와 비슷해서 남천죽으로도 불리지만 대나무와는 습성이 다르다. 대부분 문화권에서 그렇듯이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잎을 넣어 밥을 지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회춘한다는 성죽聖竹으로도 불린다. 꽃말은 재앙이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명재상이었던 관중과 안영의 전기를 다룬 관안열전에 의하면 관중은 '화가 될 일을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전환해 성공으로 만들었다.'라고 기록한데서 유래한다. 혹은 소진에 얽힌 일화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22. 스트로브잣나무

줄기와 가지가 반듯한 나무...북아메리카 원산의 스트로브잣나무다. ‘스트로브’는 나무의 학명인 Pinus strobus에서 종명을 가져다 쓴 것으로 솔방울을 의미한다. 미국오엽송으로도 불리며 영어로는 목재가 흰 빛이 난다는 white pine이다. 침엽수들은 겨울눈에서 새로 나온 가지가 일 년에 한 번만 자라는 고정생장을 하기 때문에 그 칸의 개수를 세면 나이를 어림할 수 있다. 또한 침엽수들은 겨울눈 중 끝눈(꼭지눈)이 옆눈(곁눈)보다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삼각형의 수형을 갖는다. 특히 스트로브잣나무는 이러한 현상이 뚜렷해서 삼각형의 탑을 층층이 쌓은 듯하다.

21. 전나무

가지치기로 키만 크게 자란 전나무needle fir...수지 성분의 젖 같은 하얀 진액이 나오는 젓나무에서 유래한 전나무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록침엽수다. 주목과 구상나무와 비슷하지만, 주목은 잎의 앞뒤가 같고 전나무는 뒷면에 백색의 기공선이 있다. 또한 전나무는 잎 끝이 뾰족하고, 구상나무는 2개로 갈라진다. 백목白木이라 부를 정도로 목재가 하얀 전나무는 고급 종이의 원료로 쓰인다. 수형이 아름다운 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조다. 별빛에 비추인 숲에 감명 받은 마르틴 루터가 전나무에 촛불을 별처럼 장식한 트리가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 퍼지기 시작했고, 영국 왕실에 트리가 세워지면서 유행하게 되었다.전나무는 고산지대에서 크게 자란다. 무리지어 나무의 바다樹海를 이루는 전나무..

20. 복자기

빨갛게 물든 단풍...이름에 단풍은 없지만 붉은 단풍이 진해서 우리나라 단풍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복자기다. 대부분의 나무들과는 달리 이름 끝에 나무가 붙지 않는다. 재질이 단단해서 나도박달나무라고도 한다. 어원은 복장나무와 비슷한데 발음이 변형되면서 복자기다. 복장나무와 복자기의 복은 점을 친다는 복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는 복을 자신에게 주는 나무라는 복자기다. 복자기의 특징은 조각처럼 갈라진 나무껍질이다. 또한 잎은 3개로 구성되어 있어 영어로는 Three-flower maple이다.

19. 모과나무

나무에 참외가 열렸다. ‘나무에 핀 연꽃, 목련’, ‘나무에 핀 백합, 백합나무’, ‘나무에 열린 딸기, 산딸나무’, ‘나무에 핀 꽃, 목화’처럼 잘 익은 노란 열매가 참외 같아서 ‘나무에 열린 참외’라는 목과木瓜에서 유래한 모과나무다. 군복의 카무플라주처럼 얼룩덜룩한 수피를 가진 모과는 세 번 놀래키는 나무다. 첫째, 울퉁불퉁한 열매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처럼 못난이 과일의 대명사다. 둘째, 못생긴 열매에서 나는 향기다. 그리고 열매의 신맛이다. 열매와는 달리 다소곳한 연분홍 봄꽃은 우아한 기품이 있다. 모과나무에는 세조의 일화가 전한다. 단종이 폐위되자 세조의 부름을 받은 유윤은 번번이 거절하면서 모과나무 그림에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글을 써서 돌..

18. 산수유

첫눈이 산수유에 내린다. 산수유는 정력精力을 보강하지만 씨는 약화시켜 약재는 열매에서 씨를 빼내어 쓴다. 예전에는 앞니로 씨를 골라냈기 때문에 구례에는 치아가 기형인 할머니들이 많았다. 산수유는 식품 광고로 유명세를 탔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식품위생법상 식품인 산수유의 효능을 직접 말하면 과장 광고가 되기 때문에 사장이 푸념하는 역발상으로 히트친 것이다. 산수유나무와 꽃이 비슷한 생강나무는 개화 시기도 비슷하다. 산수유는 꽃이 잔가지에 아련히 핀다면 생강나무는 주가지에 솜털처럼 피어난다. 더 쉽게는 산에 자생하면 생강나무, 마을이나 공원에는 대부분 산수유나무다. 김훈은 그의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말한다. "산수유는..

17. 향나무

측백나무 같지만, 열매가 다른 나무... 나무에서 향香이 난다는 향나무는 뾰족한 바늘잎과 끝이 납작한 비늘잎이 있는데, 어린 가지에는 바늘잎이 오랜 가지에는 비늘잎이 달린다. 가지치기한 경우 두 잎이 동시에 나기도 한다. 향나무는 정신을 맑게 하며, 제사 의식에서 향불로 신과 연결하는 나무였다. 윤기 나고 결이 고와서 부드럽게 깎이는 향나무로 만든 연필은 명품 필기구였다. 심훈의 “상록수(1935년)”도 향나무였다. 1930년대 일제의 수탈로 인해 농촌이 극도로 피폐하자 언론에서는 문맹퇴치와 브나로드(Vnarod, 민중 속으로)와 같은 농촌계몽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그 중심에 심훈의 “상록수”와 이광수의 “흙(1932년)”이 있었다. 그가 2년 동안 칩거하면서 작품을 썼던 오두막인 필경사에 심은 ..

16. 부추

새까만 씨앗... 누가 심은 걸까? 부추다. 부추는 지역에 따라 졸, 솔, 새우리 혹은 부부의 정을 오래 유지시킨다는 정구지精久持로도 불린다. 게다가 이를 먹으면 과붓집의 담을 넘는다는 월담초,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다. 심지어는 부추를 먹기 위해 집을 헐고 심는다는 파옥초다. 야관문(비수리)에 버금가는 별명을 가진 것이다. 그냥 두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남편이 일하러 나가지 않는다는 게으름뱅이풀로도 불렸다.채소들은 꽃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하얀 부추꽃우 여느 꽃 못지 않게 단아하고 예쁘다. 맵고 자극적인 부추는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의 하나다. 식이섬유가 많아서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연동 운동을 하기 때문에 변비에 좋다. 김치, 전, 잡채나 국, 찌개에 향신 채소로 쓰이며 추어탕에 부추는 설..

15. 화살나무

갈색의 줄기가 특이한 나무...줄기에 납작한 갈색의 코르크가 마치 화살의 날개깃 같다는 화살나무다. 한자어로는 귀신이 쏘는 화살의 날개깃이라는 귀전우鬼箭羽다. 새순은 홋잎나물로 먹는다. 지금도 가끔 새순을 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잎은 ‘귀전우차’로, 줄기 껍질은 피부병 치료에 쓰인다. 네 장의 연두색 꽃잎이 반듯한 화살나무는 추위와 건조에 강하고 빨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서 아파트 화단에 많이 심는다. 영어로도 불타는 관목(burning bush)이다. 화살나무의 날개깃은 예전에 머리 빗던 참빗과 비슷해서 참빗나무로도 불렸다. 학명은 Euonymus alstus다. 속명은 그리스어로 좋다는 접두사 eu와 이름이라는 onoma의 합성어로 가축에 독이 없어 좋다는 뜻이다. 종소명은 날개가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