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울교대의 풀꽃나무 68

48. 돌단풍

돌단풍은 돌이 있는 곳에서 잘 자라며 잎이 단풍잎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고사리 같은 줄기에 핀 자잘한 꽃은 잎이 나기 전에 먼저 핀다. 또한 돌단풍은 다년생 숙근초로 겨울 동안 말라죽지 않고 남아 있는 뿌리가 봄에 성장을 하여 새 순을 피워 올린다. 게다가 생명력이 강해서 뽑아서 던져도 여간해서는 죽지 않고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46. 민들레

민들레의 영어 dandelion은 민들레 잎이 사자 이빨처럼 들쭉날쭉해서 붙여진 프랑스어 dent-de-lion에서 유래한다. 반면에 민들레는 ‘문 둘레에 피는 꽃’이라는 우리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흔한 민들레는 서양민들레다. 이들은 다른 꽃과의 타가수분뿐만 아니라 자가수분도 가능해서 번식력이 강하다. 게다가 한 해에도 여러 번 꽃이 피기 때문에 봄과 가을 사이에 꽃과 씨앗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반면에 다른 민들레와 타가수분만하는 민들레는 봄에만 핀다. 또한 서양민들레는 꽃을 받치는 총포가 뒤집어져 아래로 향하지만, 민들레는 위로 향해 꽃을 감싼다. 최근에는 ‘개민들레(서양금혼초)’가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

45. 냉이

화단의 한쪽 구석에 냉이꽃이 앞 다투어 피어난다. 네 장의 꽃잎이 열십자 모양인 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며 잎이 둥글게 뭉쳐나는 로제트 식물이다. 또한 봄나물의 대표선수로 된장국과 나물 무침, 비빔밥에 쓰이며 냉이의 단백질 함량은 두부에 버금가는 7%로 채소 중에서 가장 높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냉이 된장국의 단짝은 달래 간장이다. 달래는 비타민, 칼슘, 철분이 많아 빈혈과 동맥 경화, 피부 노화를 방지하며 구근이나 주아로 번식한다. 냉이도 제비꽃 못지않게 종류가 다양하다. 곳곳에서 말냉이, 미나리냉이, 개갓냉이, 싸리냉이, 황새냉이, 콩다닥냉이, 좁쌀냉이, 꽃냉이를 만났다. 꽃마리는 잣냉이라고도 한다. 도심의 봄은 개나리, 목련, 영춘화와 함께 시작되지만, 들판은 냉이가 꽃 피고 달래가 움터야 진..

44. 물망초

물망초勿忘草... 관상용 화초인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말라’는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forget-me-not’의 한자어다. 독일의 전설에 따르면, 도나우 강가를 걷던 두 청춘남녀에게 아름다운 하늘색 꽃이 눈에 띄었다. 청년은 강을 건너가 꽃을 꺾고 돌아오다가 급류에 휩쓸리자 꽃을 그녀에게 던지면서 ‘나를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내려가고 말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맞바꾼 그 꽃이 forget-me-not이다. 꽃이 돌돌 말린 모양에서 유래한 우리나라 원산의 꽃마리도 물망초를 빼닮았다. 물망초와 같은 지치과 식물로 꽃말도 ‘나를 잊지 마세요’, 영어로는 ‘Korean forget-me-not’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물망초보다 더 간절하게 자신을 잊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43. 조팝나무

이팝나무는 소담스럽게 핀 꽃이 하얀 쌀밥을 그릇 위로 수북하게 담은 ‘고봉밥’과 비슷하다는 이밥나무에서 유래한다. 예로부터 꽃이 많이 피면 풍년, 그렇지 않으면 가뭄으로 점쳤다. 또는 24절기의 입하(양력 5월 5일 경) 무렵에 꽃이 핀다는 ‘입하목’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잎을 말려 차로 마셔서 ‘다엽수茶葉樹’로도 불린다. 그런데 왜 쌀밥을 이밥이라 불렀을까? 고려 말은 토지제도의 문란으로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국가는 관리들에게 밭에서 생산되는 소출의 1/10을 세금으로 거둘 수 있는 수조권을 녹봉으로 주었다. 관리들은 퇴직 후에도 세금을 거두었는데, 이에 더해 신임 관리에게도 수조권이 주어졌다. 이러한 수조권이 세습되면서 수조권자가 9명이면 90%를 세금으로 내야만했다. 마침내 역성혁명으로 ..

42. 머위

음지나 습지에서 잘 자라는 머위는 이른 봄에 땅속줄기인 근경에서 암수딴그루로 꽃이 피며 수꽃은 황백색, 암꽃은 흰색이다. 꽃이 지면 긴 잎자루에 부채 같은 잎이 자라며 어린잎과 잎자루는 봄철나물로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며 장아찌나 데쳐서 먹는다. 머위는 한자어로 관동款冬, 겨울과 친하다는 풀이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인 “재물보(1798년)”에는 ‘백 가지 풀 가운데, 이것만이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한다. 영어로는 잎으로 버터를 싸서 보관한데서 유래한 butterbur다. 또 다른 머위는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서식하는 털머위다. 잎이 왁스를 칠한 것처럼 윤기가 나는 털머위는 바닷가에 잘 자라서 ‘갯머위’ 혹은 곰취와 비슷한 잎과 꽃이 커서 ‘말곰취’라고도 한다. 잎은 독성이 있지만 관..

41. 복사나무

‘꽃 중의 꽃’, 복사꽃... 조선시대에는 ‘꽃구경’하면 첫째가 복사꽃이요, 매화나 살구꽃은 그 다음이었다. 연분홍 복사꽃과 함께 파스텔 톤의 복숭아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류의 과일이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 수천 년 만에 한 번 열린다는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고 인간 세계로 내려와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년), 복사꽃 흩날리는 뜰에서 맺은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처럼 복숭아의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사과가 인류의 지성을 일깨웠다면 복숭아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 과일이었다. 복숭아는 껍질에 털이 있는 물렁물렁한 복숭아peach와 겉이 매끈하고 단단한 천도복숭아nectarine가 있다. 예전에는 사주팔자에서 얼굴이 홍조를 띠고 ..

40. 홍가시나무

교정에 새로 심긴 홍가시나무... 가시도 없는데 왜 홍가시나무일까? 홍가시나무는 제주와 남부 지방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봄에 돋아난 새순은 붉은색인데, 잎이 가시나무를 닮아서 홍가시나무다. 영어로 붉은 깃털을 가진 새라는 ‘레드 로빈red robin’으로도 불린다. 붉은색은 여름에 초록색이 되었다가 가을에 다시 붉게 물든다. 이처럼 주로 잎을 관상하는 식물을 관엽식물이라 한다. 가시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아까시나무, 탱자나무, 음나무처럼 줄기에 난 뾰족한 가시다. 그리고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뭇과의 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등에 쓰인다. 이는 왕이 행차할 때 맨 앞에 깃발을 다는 가서봉을 만드는 ‘가서목’에서 혹은 참나무를 뜻하는 일본어 ‘가시ガシ’에서 유래한다.

39. 수수꽃다리

교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꽃은 하늘을 향해 활짝 핀 수수꽃다리다.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꽃이 수수처럼 핀 것에서 유래한다. 이와 비슷한 라일락은 ‘푸르스름하다’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서양수수꽃다리’다. 인기가 많은 ‘미스김라일락’은 미국의 식물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채집한 정향나무를 개량한 것으로, 당시 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 김’의 성을 붙였다고 한다. 라일락과 수수꽃다리는 비슷하지만 라일락의 잎은 길쭉하고, 수수꽃다리는 길이와 폭이 비슷하다. 또한 라일락은 뿌리 근처에 맹아가 많지만, 수수꽃다리는 맹아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전문가에게도 어렵다. 나무의 높이도 수수꽃다리가 2~3 m, 라일락이 3~7 m라고 하지만 교정의 수수꽃다리는 4 m를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