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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하루 만에 끝난 발굴 - 금송

논산훈련소에서 돌아오는 길... 언젠간 가야할 곳으로 마음에 담아둔 무령왕릉으로 향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금송金松이 우뚝 서 있다. 일본 원산의 금송은 잎 뒷면이 황백색인데서 유래하며 잎 모양이 우산처럼 펼쳐져 있어 영어로는 Japanese umbrella-pine이다.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로 일본에서는 궁궐의 기둥이나 관재에 널리 쓰이는 나무다. 그러한 금송이 무령왕릉에? 1971년 공주 송산리 벽돌무덤 5·6호 고분군의 장마철 배수로 공사 중, 삽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부딪혔다. 고고학 역사상 최고의 발굴로 한국판 투탕카멘이라는 무령왕릉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발굴에 걸린 시간은 불과 단 하루였다. 21대 개로왕(417~475)이 전쟁터에서 사망한 후 웅진으로 천도한 백제의 운명은 ..

2. 한국사 2024.08.15

2-04. 공손하자 - 은행나무

길가에 나뒹구는 은행 열매... 행에 밟을까 그 사이를 까치발로 조심조심 걷는다. 은행銀杏은 은빛 가루가 덮인 살구杏라는 뜻이다. 영어로도 silver apricot 혹은 ginkgo다. 한자어는 잎이 오리발을 닮아서 압각수鴨脚樹 또는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 대에 열매가 열린다는 공손수公孫樹다. 공손수에는 고구려 17대 소수림왕(?~384)의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한다. 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고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나라는 고구려다. 313년 15대 미천왕(?~331)은 중국이 5호 16국의 혼란기로 접어드는 혼란한 국제 정세를 틈타 낙랑군을 몰아내고 계속해서 16대 고국원왕(?~371)은 요동으로의 진출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전연과 대립한다. 342년 고구려를 공격한 전연은 미천왕의 시신을 탈취하고..

2. 한국사 2024.08.10

2-03. 위만조선과 삼국의 시작 - 대나무, 주목

제기차기, 자치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그리고 활싸움... 야산에서 잘라낸 단단하고 탄력 있는 대나무의 양끝을 나이롱 끈으로 묶고 팽팽하게 당긴다. 화살 역시 대나무였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뛰어 나가려는 찰나, 친구가 쏜 화살이 휙~ 눈가를 스친다. 실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땐 그렇게 들판을 뛰어 다녔다. "사기"에 의하면 BC195년 연나라 왕이 한나라에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흉노로 도주하자 연나라 사람 위만은 천 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패수를 건넌다. 기자조선의 준왕은 위만을 서쪽 변방의 관리로 삼았다. 그러나 차츰 그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지자 위만은 준왕을 몰아내고 왕검성에 도읍을 정했다. BC108년 위만조선은 한무제에 의해 멸망한다. 한나라는 낙랑, 임둔, 진번, 현도의 한사군을 설치한다..

2. 한국사 2024.08.05

2-02. 기자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고사리

불판 위로 두툼한 삼겹살과 물에 불린 고사리가 올라온다. 삼겹살에 웬 고사리일까 싶지만, 제주에는 고사리 삼겹살 맛집이 있을 정도다.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는 돌돌 말린(曲, 곡) 새순이 국수 등을 말은 ‘사리’와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생고사리는 비타민B1(티아민) 분해 효소가 있어 소를 비롯한 가축들은 먹지 않는다. 사마천의 “사기열전(BC91년)”에는 충신의 대명사인 백이·숙제와 고사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은나라의 고죽국에는 백이, 아빙, 숙제 삼형제가 있었다. 왕은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으나 그는 백이에게 양보했다. 백이가 아버지의 뜻이라며 사양하고 피신해 버렸다. 이에 숙제도 형을 따라 가버리자 아빙이 왕위를 이었다. 이리저리 떠돌던 백이·숙제는 주나라의 무왕이 상국인 은나라의 ..

2. 한국사 2024.08.03

2-01. 배달의 민족 - 박달나무

산을 오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독특한 껍질이다. 코르크 같은 굴참나무, 거북등처럼 갈라진 소나무, 은백색의 자작나무, 피부가 튼 것 같은 단풍나무, 얇은 종이를 붙인 듯한 물박달나무... 그 중 박달나무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나무다. 일연의 “삼국유사(1281년)”는 신단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그 곳을 신시라 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소원했다. 환웅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며 이르기를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다. 곰은 잘 참아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다. 웅녀는 신단수 아래에서 ..

2. 한국사 2024.07.29

1-02. 제주의 문주란

어느 새... 18개월 전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는 아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오늘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오고 말았다. 할아버지에게 신고하러 오른 제주행 비행기... 착륙 직전에 크게 흔들리며 급상승한다. 우는 아이들, 기도하는 아주머니, 손을 꼭 맞잡은 연인... 떨리는 스튜어디스 기내 방송, "잠시 후, 상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 "난기류로 인해 관제탑의 지시로 상승했습니다. 곧 착륙하도록 하겠습니다." 고향에서 맞이한 아침...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한림공원 쪽으로 산책을 나선다. 예덕나무, 동백나무, 담팔수, 멀구슬나무, 까마귀쪽나무... 그리고 워싱턴야자수 사이에 자리 잡은 문주란文珠蘭 꽃이 지기 직전이다. 문주란은 '아름다운 구슬처럼 생긴 난초'라는 뜻이지만 수선화과로 알뿌리 식물이다. 문주란..

1. 풀꽃나무 2024.07.27

1-01. 이재효 갤러리의 리아트리스

7월의 한여름 더위에 찾아 나선 경기도 양평의 이재효 갤러리... 창의적이면서 독특한 조각품들이 여느 미술관과는 다른 구도로 전시되어 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작품 소재였을까? 가운데에 홈을 판 돌멩이를 진주 목걸이처럼 주렁주렁 매단 전시관 입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갤러리의 주인장 이재효는 일상의 나무, 돌, 못, 낙엽, 공구, 철근 등의 각종 재료를 그 성질과 형태에 맞게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조각가다. 그러한 반복의 한없는 인내로 그만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작품들 사이로 눈에 띤 화려한 보라색의 리아트리스Liatris... 추위에 강해 월동이 가능한 여러해살이풀로 영어로는 타오르는 별blazing star이다. 공원에서도 종종 마주치는 리아트리스에서 베아트리스Beatrice를 ..

1. 풀꽃나무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