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리리~ 아버지 전화다. 41년생, 여든 넷이신 아버지 전화는 늘 나를 긴장시킨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지난 9월, 벌초하러 갔을 때는 제주시에서 형을 만나고 천천히 간다고 전화했는데 넘어져서 119를 불렀다는 말에 부랴부랴 서둘러 내려 가기도 했다. "예~ 아버지. 무사마씸?" "어디, 학교가?" "예." "물어볼 말이 이신디, 채식주의자가 머꼬?" 예전에 천 권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기에 각 잡고 독서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만시간의 법칙, 당신의 소중한 꿈을 이루는 보물지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장길산, 임꺽정, 토지, 혼불, 개미, 1Q84, 너와 나의 1cm... 일 년에 백 권 이상 읽었던 그때였다. 그 중에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공계 출신의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