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사 17

2-17. 붓뚜껍 신화 - 목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도 막상 만나면 ‘아! 이 꽃이?’ 다시 바라보는 꽃들이 있다. 목화가 그러했다. 아! 이 꽃이 문익점이 붓 뚜껑에 씨앗을 숨겨서 들여 왔다는 목화인가? 그 따스함이 얼마나 고마웠으면 ‘나무에 핀 꽃, 목화木花’라 했을까? 문익점이 목화를 들여온 시기는 원의 고려 간섭기가 끝나가던 원·명교체기였다. 1297년 모친 제국대장공주가 세상을 떠나자 원에서 돌아온 세자는 충렬왕의 후궁들과 측근들을 모조리 죽인 후 양위를 받아 즉위한다. 26대 충선왕(1275~1325)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몰수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개혁하려 했지만 권문세족의 반발과 아내인 계국대장공주와의 불화로 8개월 만에 폐위되어 원으로 소환된다. 1307년 충렬왕이 죽자 다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

2. 한국사 2024.10.19

2-16. 충충충... - 피뿌리풀

몽골에서 뿌리가 피처럼 붉다는 피뿌리풀을 만났다. 독성이 있어 양이나 말이 먹지 않기 때문에 몽골에서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지만 제주에서는 간혹 보이는 멸종위기종이다. 한반도를 건너 뛴 몽골과 제주의 피뿌리풀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235년 고려를 공격한 몽골은 4년간 전국을 휩쓴 후 1239년에 고종의 몽골 입조를 조건으로 철수하였다. 1251년 고려는 팔만대장경을 완성했다. 원래 대장경은 993년과 1010년에 현종(992~1031)이 불심으로 거란을 물리치고자 제작한 초조대장경이었다. 그러나 몽골군에 의해 소실되자 최우 무신정권은 민심을 모으고 대몽항쟁을 이어 가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다시 새긴 것이다. 대장경판에 쓰인 나무는 재질이 균일하고 적당히 물러서 글자를 새기는데 안성맞춤인 산벚나..

2. 한국사 2024.10.13

2-15. 권력은 칼 끝에서 - 말채나무

공원 곳곳의 흰말채나무... 겨울이면 특히 눈에 띄는 붉은 가지를 말채찍으로 사용했다는 작은키나무다. '흰'은 열매가 흰색이어서 붙은 접두사다. 우레탄처럼 낭창낭창한 가지가 말채찍에 안성맞춤이다. 18대 의종(1127~1173)은 이자겸의 난과 묘청의 난으로 실추된 왕권 강화와 신변 보호를 위해 무신들로 친위군을 조직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호위병일 뿐이었다. 문신이었던 윤관 장군의 여진 정벌 후 무신에 대한 멸시 풍조는 의종 대에 이르러 더욱 심해졌다. 기마술과 격구에 능한 의종은 성밖을 유람하며 문신들과 놀기를 즐겼다. 호위를 맡은 무신들의 피로와 불만이 쌓이면서 이고, 이의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1170년 의종은 유람지인 보현원으로 향하던 중 무신들을 위해 상품을 걸고 오병수박..

2. 한국사 2024.10.07

2-14. K-culture의 시작 - 닥나무

얼룩말처럼 껍질에 줄무늬가 선명한 나무들... 양버즘나무 같은 동그란 열매가 차츰 딸기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꾸지나무다. 꾸지나무는 한지를 만든다는 구지構紙에서 유래한다. 한지하면 닥나무지만 꾸지나무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쓰인 나무였다. 수 차례 거란을 물리친 고려는 덕종 대부터 여진, 탐라, 일본의 호족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면서 송나라, 거란과 대등한 동북아시아의 강대국으로 군림한다. 이복형 덕종과 정종을 이어 11대 문종(1019~1083)이 즉위한다. 이들 셋은 고려-거란 전쟁 당시 피난길에 오른 현종을 유일하게 받아준 공주 귀족 김은부의 딸들이 낳은 왕이었다. 문종은 최충과 함께 협상과 조정을 통한 문치 정책을 펴 나갔다. 해동공자라는 최충은 구재학당이라는 문헌공도를 설립해 유학 보급에 힘썼으며, 문..

2. 한국사 2024.09.28

2-13. 고려-거란 전쟁 - 굴참나무

신림동의 굴참나무... 전설에 의하면 약 1,000년 전에 강감찬 장군이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랐다는 보호수다. 지금의 굴참나무는 약 250살 정도의 후계목으로 추정된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도 신라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란 것이라는 전설이 전한다 후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의 첫번 째 과제는 정치적 안정이었다. 그는 발해,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의 유민을 받아들였다. 또한 지방 호족과의 정략 결혼을 통해 중앙과 지방이 연결되면서 고려는 차츰 단일민족 의식이 싹터 나갔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만만치 않았다. 지방 호족들은 호시탐탐 왕위를 노렸다. 태조 왕건이 승하하자 장남인 2대 혜종(912~945)이 즉위한다. 나주 호족 출신으로 버들잎 ..

2. 한국사 2024.09.26

2-12. 관심에는 관심으로 - 버드나무

춘삼월의 꽃샘추위를 보낸 4월... 연둣빛으로 기지개를 펴는 나무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연둣빛은 새순이 아니라 꽃이다. 가지가 쭉쭉 ‘뻗은’ 모습에서 혹은 가지가 부드럽다는 부들나무에서 유래하며 강가나 우물가에 흔한 버드나무에는 고려 태조 왕건(877~943)과 장화왕후의 ‘버들잎 설화’가 전한다. “왕건이 우물을 찾다가 금성산 남쪽의 상서로운 구름을 보았다. 그곳에서 빨래하던 처녀에게 한 모금의 물을 청하자 처녀는 물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 건넸다. 왕건이 까닭을 묻자 “급히 마시다가 혹 체할까 하여 그리 하였나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감동한 왕건은 청혼하였다. 황룡이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꿈을 꾸었던 그 처녀는 태조 왕건의 둘째 부인 장화왕후 오씨였다.” 버드나무는 그 껍질에 살리신 성분이 있어 통..

2. 한국사 2024.09.20

2-11. 임금님 귀는? - 산수유

노란 산수유... ‘풍륜’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로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자전거 여행(2000년)”을 쓴 김훈 작가는 사물을 꿰뚫는 그만의 글쓰기로 산수유에게 말을 건넨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정기를 보강하는 산수유는 사장의 푸념을 광고하는 역발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31대 신문왕 당시 정치적 안정을 찾은 통일신라는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했다. 8세기 초 당과의 관..

2. 한국사 2024.09.19

2-10. 몰가부 로맨스 - 할미꽃

이름만 들어도 애잔한 할미꽃... 늙은 시어머니 풀, 노고초老姑草 혹은 머리 하얀 노인, 백두옹白頭翁으로도 불리는 할미꽃은 구부러진 꽃대와 꽃이 지고나면 할머니처럼 산발한 머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645년 안시성 전투의 승리로 지지기반이 불안했던 연개소문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한다. 그는 태대대로에 올라 남생, 남건, 남산 세 아들에게 권력 세습을 추진한다. 한편 호시탐탐 고구려에 설욕을 노리던 당태종이 돌연 사망하자 당고종은 부친의 유언에 따라 한동안 고구려를 침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660년 백제가 멸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고구려가 당나라와 신라에 포위된 것이다. 661년 신라 30대 문무왕(626~681)이 즉위한다. 문무왕은 무열왕의 기세를 몰아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쉽지 않았다. 668년 연개..

2. 한국사 2024.09.10

2-09. 세 명의 남편 - 모란

매화, 살구꽃, 복사꽃... 봄이 지는 아쉬움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기다리겠다는 시인의 설움을 떠올리는 5월이다. 모란은 굵은 뿌리에서 돋아나는 새싹이 수컷의 형상과 같다는 ‘모牡’와 꽃 색깔이 붉다는 ‘단丹’의 합성어에서 유래한다. “삼국사기(1145년)”에는 한국사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647)의 모란 일화가 전한다. “당나라 황제가 모란꽃 그림과 그 씨앗을 보내와서 진평왕이 덕만에게 보여주었더니, 덕만이 “이 꽃은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웃으며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라고 하니 “꽃은 매우 예쁘지만 그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것은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씨앗을 심었더니 과연 그러하였고, 우리나라의 모란꽃이 이때부터 많아지기 시작했다.” 신..

2. 한국사 2024.09.05

2-08. 얼레리 꼴레리 선화공주 - 마

아파트 뒷산의 계단 철책을 휘감은 ‘마’의 줄기에 참나리처럼 동그란 주아가 달렸다. 마의 뿌리는 고구마, 색깔은 감자와 비슷하다. 아삭한 마의 성분인 뮤신은 끈적거리며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 좋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며, 자양강장에 좋아 산약山藥으로 불린다. 뿌리에는 이눌린이 많아 당뇨와 비만에 좋다. 마는 도토리, 칡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에게 느릅나무가 있었다면 백제 30대 무왕(580~641)과 선화공주 사이에는 마가 있었다. “삼국사기(1145년)”에 의하며 무왕은 29대 법왕의 아들이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설화에 의하면 그는 신라 26대 진평왕(565~632)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서라벌로 들어가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2. 한국사 202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