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사

2-01. 배달의 민족 - 박달나무

flower-hong 2024. 7. 29. 14:31


산을 오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독특한 껍질이다. 코르크 같은 굴참나무, 거북등처럼 갈라진 소나무, 은백색의 자작나무, 피부가 튼 것 같은 단풍나무, 얇은 종이를 붙인 듯한 물박달나무... 그 중 박달나무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나무다. 일연의 “삼국유사(1281년)”는 신단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물박달나무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그 곳을 신시라 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소원했다. 환웅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며 이르기를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다. 곰은 잘 참아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다. 웅녀는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 갖기를 소원했다. 이에 환웅이 사람으로 변해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단군왕검이다.”
 
여기서 신단수神壇樹는 신을 모시는 제단祭壇에 심는 나무로 단군壇君도 같은 단壇을 쓴다. 그러나 이승휴의 “제왕운기(1287년)”에는 단군을 박달나무 ‘단檀’으로 기록한다. '박달'은 밝다는 ‘박’과 양달, 음달처럼 땅을 의미하는 ‘달’의 합성어로 해가 뜨는 밝은 땅을 말한다. 단군은 밝은 땅을 다스리는 임금인 것이다. 한민족을 뜻하는 배달倍達도 박달朴達 혹은 백달白達에서 유래한다. 재질이 단단한 박달나무는 다듬이, 방아, 절굿공이, 수레바퀴 등 농경사회의 필수품인 농기구를 만드는 나무였다.  

마늘

 
한편, '마늘 20개'를 뜻하는 산이십매蒜二十枚의 산蒜은 달래라고도 한다. 지중해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마늘은 달래와 비슷해서 호산胡蒜으로 불리다가 크기가 큰 대산으로, 작은 달래는 소산이 되었다. 그런데 마늘은 고려시대에 전래되었기 때문에 단군신화의 산蒜은 달래라는 것이다. 
 
각종 사물의 명칭을 기록한 “명물기략(1870년)”에 의하면 마늘은 맛이 몹시 맵다는 맹랄猛辣에서 유래한다. 마늘은 특유의 냄새를 빼면 살균, 항산화, 항암, 피로 회복, 혈액 순환 등 100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는 일해백리一害百利의 슈퍼 푸드다. 달래도 효과가 비슷하다.
 

달래

 
여성에게 좋은 쑥과 짐승의 기운을 빼내기 위한 마늘(달래)의 시련을 이겨낸 웅녀는 단군왕검을 낳는다. BC2333년 평양성에 고조선을 건국하고 아사달로 도읍을 옮긴 단군왕검은 BC1122년까지 단군조선을 다스리다가 산신이 되었다. 단군 기원이 BC2333년인 것은 “동국통감(1485년)”에 고조선이 요임금 즉위 25년인 무진년에 건국되었다는 기록에서 추정한 것이다.
 
한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박달나무, 쑥, 마늘(달래)... 박달나무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며 성장이 느리고 대부분 벌채되어 만나기 어렵지만 물박달나무는 야산에도 흔하다. 물박달나무는 자작나무처럼 기름 성분이 많고 째짝째작 잘 타서 째작나무라고도 한다. '물'은 목재에 수분이 많거나 물가에 서식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물박달나무는 전자다.
 

복자기(나도박달나무)와 까치박달나무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박달나무도 있다. 목질이 치밀하고 견고한 복자기는 자기도 박달나무라고 우기는 나도박달나무다. 잎은 세 갈래로 나뉘며 한자어로 쇠심줄 같다는 우근자牛筋子다. 또한 목재가 단단해서 작은 박달나무라는 까치박달나무도 있다. 

"화학자 홍교수의 식물 탐구 생활(2024년)"을 출간하면서 어떻게 묶을까 고민했다. 역사, 문학, 예술, 고사성어, 성경, 과학 등의 여러 주제가 있었지만 일단 '풀꽃'과 '나무'의 두 권을 냈다. 이제 '배달의 민족, 고조선 - 박달나무'로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식물 탐구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아! 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 배민의 한자어는 配民이다.   
 
※ 곰과 호랑이 중 왜 곰일까?

원래 '곰'은 신성하다는 '검' 혹은 '감'에서 유래한다. 왜 곰을 신성하게 여겼을까? 북방민족에게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곰은 숲속의 사람이었다. 또한 겨울에 자취를 감취었다가 봄이 되면 나타나는 곰은 부활을 상징했다. 웅녀雄女는 신성한 여자라는 검녀 혹은 감녀를 한자어로 차용한 것이다. 일본어에서도 감은 '가미', 즉 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