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사

2-15. 권력은 칼 끝에서 - 말채나무

flower-hong 2024. 10. 7. 09:03

공원 곳곳의 흰말채나무... 겨울이면 특히 눈에 띄는 붉은 가지를 말채찍으로 사용했다는 작은키나무다. '흰'은 열매가 흰색이어서 붙은 접두사다. 우레탄처럼 낭창낭창한 가지가 말채찍에 안성맞춤이다. 
 

흰말채나무

 
18대 의종(1127~1173)은 이자겸의 난과 묘청의 난으로 실추된 왕권 강화와 신변 보호를 위해 무신들로 친위군을 조직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호위병일 뿐이었다. 문신이었던 윤관 장군의 여진 정벌 후 무신에 대한 멸시 풍조는 의종 대에 이르러 더욱 심해졌다. 기마술과 격구에 능한 의종은 성밖을 유람하며 문신들과 놀기를 즐겼다. 호위를 맡은 무신들의 피로와 불만이 쌓이면서 이고, 이의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흰말채나무

 
1170년 의종은 유람지인 보현원으로 향하던 중 무신들을 위해 상품을 걸고 오병수박희를 연다. 그러나 환갑이 넘은 대장군 이소응이 힘에 부쳐 기권하자 품계가 낮은 한뢰가 이소응의 뺨을 치며 조롱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의종과 문신들은 명백한 하극상에도 박장대소했다. 격분한 정중부는 “어찌 감히 정3품인 장군에게 모욕을 주느냐”며 꾸짖었다. 그도 김부식의 아들 내시 김돈중에게 촛불로 수염을 데이는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의종이 정중부를 진정시키면서 오병수박희는 유야무야 끝났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고와 이의방은 정변을 일으켜 의종을 폐하고 19대 명종(1131~1202)을 즉위시켰다. 권력은 붓이 아닌 칼끝에서 나오는 무신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초기에는 하급 무관 출신인 이의방이 정중부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권력을 장악했지만 1174년 서경에서 일어난 조위총의 난을 진압하던 중 정중부의 아들 정균에게 피살되었다. 1179년 정중부도 공주를 아내로 삼으려는 정균의 행태에 분노한 경대승에 의해 몰락한다. 당시 왕족끼리 근친혼을 했던 고려에서 공주가 왕족이 아닌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대승은 왕권을 존중하고 문신 우대 정책과 사병 집단인 도방을 두었으나 4년 만에 요절하고 말았다. “고려사”에는 그의 죽음에 모든 백성들이 슬퍼했다고 기록한다. 명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의종의 허리를 부러뜨려 죽인 천민 출신 이의민이 불러들였으나 그의 전횡으로 전국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결국 최충헌에 의해 제거되면서 4대에 걸친 60년 최씨 무신정권 시대가 탄생했다. 최충헌은 문벌귀족과 연대하여 권력을 다져 나갔다. 1211년 최충헌을 제거하려던 21대 희종(1181~1237)이 폐위되고, 22대 강종(1152~1213)도 2년 만에 병사하자 23대 고종(1192~1259)이 즉위했다.
 
1206년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100여 년간 몽골을 괴롭히던 금나라 정벌에 나섰다. 이틈을 타 금나라 치하에 있던 거란은 대요국(동요)을 세워 몽골에 충성을 맹세했으나 이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다시 대요수국(후요)을 건국했다. 1216년 칭기즈칸에 쫓긴 일부 거란 세력이 고려를 침공했다. 그러나 최충헌은 군대와 사병을 개경에 묶어두면서 함경도 일대가 유린되었다. 3년 여의 전쟁 끝에 그들이 강동성에서 농성을 벌이자 몽골이 개입을 자처하고 나섰다. 결국 몽골-동진-고려 연합군은 거란을 물리치고, 고려는 몽골과 형제의 관계를 맺는으나 이것은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었다.

1219년 최충헌의 아들 최우가 뒤를 이었다. 몽골은 수시로 사신을 보내 공물을 수탈해 갔다. 그러던 중 몽골 사신 저고여가 고려인으로 변장한 여진족에게 피살된다. 1231년 몽골이 개경을 포위하자 고려는 막대한 공물을 바치고 화친한다. 1232년 최우는 몽골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강화도로 몽진한다. 몽골군은 환도를 요구하며 다시 침공했으나 처인성에서 승장 김인휴에게 살리타이가 목숨을 잃자 철수한다.
 

말채나무


칭기즈칸... 당시 중앙아시아는 10세기 경의 간빙기로 고비사막이 목초지로 변하면서 말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그 이웃에게는 위기였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은 높고 북방민족의 말들이 살쪘으니, 곧 그들이 쳐들어 온다는 경고였다. 그들은 고기를 말린 육포를 먹으면서 하루에 100 km씩 진군했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의 기마병들... 말채나무(?) 채찍으로 말등을 후려치며 세계의 전장을 누볐던 그들을 고려는 무신정권에 의해 무뎌진 칼로 맞섰던 것이다. 어느 날, 10 m 까지도 자라는 말채나무는 삼척 환선동굴 근처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