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계절 풀꽃나무_3

17. 코로나19와 박쥐나무

flower-hong 2025. 5. 2. 14:57

코로나19의 숙주로 떠오른 박쥐를 연상시키는 박쥐나무... 넓적한 잎 끝에 있는 세 개의 결각이 박쥐 날개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위로 돌돌 말아올린 꽃은 고대 왕릉에서 발굴된 금귀고리 마냥 단아하고 예쁘기 그지없다. 선비들이 은거하거나 유배지에서 박쥐처럼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많이 심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남부 지방에서는 박쥐나무 잎을 남방잎이라 하여 깻잎처럼 장아찌를 담갔다.

 

박쥐나무, 20200531


 
감기 바이러스는 200여 종으로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늦봄과 초가을에는 리노바이러스, 겨울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한다. 한때 유행했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계에 호흡기 및 소화기 감염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로, 표면에 ‘코로나(왕관)’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DNA나 RNA와 같은 핵산만 있는 바이러스는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가 있어야 증식한다. 반면에 박테리아(세균)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관을 갖춘 단세포 생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나 설치류, 노루, 낙타 등이다. 박쥐는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으며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이들과의 접촉으로 발생한 변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후 폐에 침입하면 면역력을 약화시켜 고혈압,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위험하다. 박쥐에서 사향고향이를 거쳐 감염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002년)와 낙타를 거쳐 감염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2012년)가 그 예다.
 
어린 시절, 초저녁이면 집박쥐들이 ‘슉~’하고 제비처럼 낮게 동네 골목을 날라 다녔다. 초가집 헛간의 천정에도 매달려 있었던 박쥐는 ‘에라! 이 박쥐같은 인간아’로 비유되는 이중인격의 대명사다. 날짐승도 들짐승도 아닌 것이 어정쩡해 보여서 그런 걸까?

원래 박쥐는 눈이 밝은 쥐, ‘밝쥐’에서 유래한다. 실제로는 시력이 퇴화되어 초음파로 사물을 인식한다. 박쥐는 모기의 천적으로 하루에도 수 천 마리씩 잡아 먹고,  수분을 돕지만 코로나19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쥐나 말라리아 모기와는 달리 박쥐가 사람에게 먼저 전염시키지는 않는다. 사람의 잘못된 식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전염병의 주범은 영화 "컨테이젼"처럼 인간의 탐욕과 바이러스를 광속으로 전파시키는 기술의 발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산기슭에서 만난 박쥐나무는 아파트 뒷산에도 있었다. 몇 번 찾아간 끝에 그 어떤 꽃보다 특이하고 예쁜 꽃을 만났다. 새까만 열매를 기대하며 몇 번 더 찾았지만 열매는 만날 수 없다.

강원도 양구 펀치볼에도 곳곳에 박쥐나무가 있었다. 해설사가 묻는다. “이 꽃을 아시나요?” “네. 박쥐나무요.” 답을 너무 빨리 말한 걸까? 해설사가 눈을 똥그랗게 뜬다. 박쥐라는 이름이 들어간 단풍박쥐나무와 박쥐나물도 만났다. 단풍박쥐나무는 잎이 5개로 중앙까지 깊게 갈라져 있어 망또처럼 생긴 박쥐나무의 잎과는 다르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박쥐공원에서 대낮에 커다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박쥐들도 만났다.     
 

씨엠립 박쥐공원의 박쥐

 


※ 숙주 : 기생충이나 균류 등이 기생하거나 공생하는 생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 집박쥐 : 한옥의 서까래나 벽 틈에 사는 주거성 박쥐

※ 컨테이젼 : 매개물에 의한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전염으로 인해 사회 질서가 붕괴되기까지 이르지만, 결국에는 백신을 개발한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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