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계절 풀꽃나무_3

15. 감당지애의 팥배나무

flower-hong 2025. 4. 24. 21:41

야산에 흔한 팥배나무... 나무들을 구분하는 특징들은 다양하다. 가로 껍질눈의 벚나무와 느티나무, 너덜너덜한 껍질의 산수유와 삼각단풍, 줄기가 매끈한 배롱나무와 노각나무, 다이아몬드 형태의 껍질눈을 가진 은사시나무, 잎이 왕王자 형태인 대왕참나무, 잎이 커다란 오동나무, 그리고 팥배나무는 잎맥이 뚜렷하고 간격이 눈금자처럼 일정해서 일본에서는 저울눈나무로 불린다.
 

팥배나무


 팥배나무는 붉은 열매는 팥 같고, 꽃은 하얀 배나무 꽃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손톱만한 꽃은 깔때기 모양으로 무리지어 피는 밀원식물이다. 황금빛 가을 단풍과 겨우내 달린 붉은 열매는 산새들의 좋은 열매가 된다. 
 
팥배나무는 목민관들이 신조로 삼았던 나무였다. 주나라 무왕의 동생으로 재상이었던 소공은 산시성을 다스릴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감당나무 아래에서 정사를 공평하게 처리했는데, 그가 죽자 백성들은 ‘감당’이라는 시로 그를 칭송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감당지애甘棠之愛’의 유래다.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베지도 마소 / 소백님이 멈추셨던 곳이니 /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꺾지도 마소 / 소백님이 쉬셨던 곳이니 /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휘지도 마소 / 소백님이 머무셨던 곳이니」
 
이후 감당은 목민관이 지켜야할 마음가짐을 뜻하는 문구가 되었다. 그 감당이 바로 팥배나무를 의미하는 한자어였다. 결초보은의 수크령, 염화미소의 연꽃, 송무백열의 잣나무, 귤화위지의 탱자나무, 무용지용의 가죽나무, 죽마고우의 대나무, 화엽불견의 상사화처럼 사연 있는 감당지애의 팥배나무인 것이다.
 
콩알만한 열매가 배를 닮은 콩배나무는 잎자루가 길고 끝에 작고 까만 열매가 달린다. ‘똘배’라고도 부르는 열매는 배처럼 특유의 석세포가 있어 거친 느낌이다. 콩배나무는 배나무의 대목으로 쓰인다. 열매가 작고 배꼽이 배를 닮아서 ‘아가 배’라는 ‘아그배나무’도 있다. 이들은 모두 사과나무과에 속하며 배로 끝나지만 아그배나무는 사과나무속, 팥배나무는 마가목속, 콩배나무만이 배나무속으로 석세포를 갖는다.  
 

콩배나무


감당지애의 팥배나무... 다산 정약용은 강진의 유배지에서 집필한 “목민심서牧民心書”(1818년)에서 ‘목’이란 백성들을 승냥이 같은 토호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목민관은 그런 일을 맡은 사람이라 말한다. 목민관이 탐학질을 하면 탐관貪官, 그 밑의 아전들이 부정한 행위를 하면 오리汚吏다. 다산이 살았던 조선시대 후기는 목민관에서 아전까지 백성의 고혈을 착취하는 ‘탐관오리’의 부정부패와 삼정(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이 극심했던 시대였다.
 
오늘날에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레토릭이 ‘국민의 뜻'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국민이란 한때의 지지자일 뿐이다. 조정에서 목민관을 임명했던 조선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의 ‘감당甘棠’은 국민들이 감당堪當해야 할 신성한 한 표로 남아 있다.
 

※ 목민심서 : 지방관을 비롯한 관리가 가져야할 자세를 기록한 행정지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