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상

3-02. 3대 가곡

flower-hong 2024. 10. 3. 21:44

화학전지와 전기분해 수업. 볼타전지와 리튬이온전지, 바닷물의 전기분해는 그리고 알루미늄 금속은 보크사이트 광석을 용융시킨 후 전기분해로... 불현듯 초등학교 때 사회과부도에 트레이싱 페이퍼를 대고 본뜨던 일이 떠오른다. 그 중 하나가 보크사이트 산지였던가? 그런데 학생들은 보크사이트를 모른다. 아! 진짜? 내친 김에 뜬금없이 물었다. 

"혹시 우리나라 3대 가곡은~~"
"가곡이 머예요?"
"헉..."

가곡歌曲은 시에 곡을 붙인 클래식 음악으로 정확하게는 예술가곡이다. 프랑스에서는 가곡을 멜로디, 대중적인 곡을 샹송이라 부른다. 이탈리아는 로망스와 칸초네로 나눈다. 우리나라 가곡은 시나 시조에 찬송가 비슷한 선율의 반주를 붙인 노래로 1920년대의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나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이 효시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여
내가 네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3대 가곡은 무얼까? 떠오르는 대로 그리운 금강산, 가고파, 비목...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부동의 1, 2위는 그리운 금강산과 가고파였다. 그리고 봉선화, 비목, 보리밭, 선구자, 명태, 산유화, 님이 오시는지 등이 경쟁한다. 없는 실력으로 한 소절을 읊조린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만민 ~~"

그리운 금강산은 분단으로 인해 갈 수 없는 아름다운 금강산에 가고 싶다는 곡으로 6.25 11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창작되었다. 성악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히트 가곡이다. 다음은 가고파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가고파를 부를 때면 항상 내 고향 제주 앞바다를 떠올렸지만 그 남쪽 바다는 이은상 시인의 마산 앞바다였다. 그리고 마음이 숙연해지는 비목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비목碑木은 묘 앞에 비석 대신에 세운 나무다. 1960년대 중반 강원도 백암산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한명희 교수... 어느 날, 그는 잡초 무성한 야산에서 화천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말라버린 비목이 있었다. 그 후 작곡가 장일남의 의뢰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을 기리는 애절한 시를 지었다.

고등학교 시절... 목소리가 청아한 음악 선생님은 선창하고 우리는 한 소절씩 따라 불렀다. 성악과에 진학한 친구도 있었다. 여자 친구의 집 앞에서 "그 집 앞"을 부르기도 했다. 잠시 학생들에게 3대 가곡을 들려 줬다. 열세 명 모두 처음이란다.

그런데 뉴진스님은 알아도 뉴진스를 모르는 나도 학생들에게는 '헉...'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은거울 반응 실험을 설렁설렁 했더니 대부분 실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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