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팬지와 함께 곳곳에서 제비꽃, 흰제비꽃, 졸방제비꽃 등이 앞 다퉈 핀다. 제비꽃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피는 꽃’에서 유래한다. 그 무렵에 오랑캐가 자주 쳐들어왔기 때문에 ‘오랑캐꽃’으로도 불렸다. 제비꽃은 종류가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가장 흔한 것은 해방 후 널리 퍼진 하트 모양의 종지나물(미국제비꽃)로 순식간에 화단을 점령한다.


자손을 남기려는 제비꽃의 전략은 창의적이다. 꽃의 뒷부분에는 자루처럼 튀어나온 꿀주머니인 ‘거鋸’가 있어 곤충들을 불러들여 수분한다. 또한 씨앗에는 단백질 등이 풍부한 지방 덩어리인 엘라이오솜(개미씨밥)이 붙어 있어 개미들을 유혹한다. 이때 개미들이 꼬투리에서 튕겨져 나온 씨앗을 개미집으로 가져가서 엘라이오솜만 먹고 버리면 씨앗이 발아되는데, 이러한 식물을 ‘개미살포식물’이라 한다. 왜 무거운 씨앗이 붙은 채로 운반할까? 씨앗만 떼어내면 엘라이오솜이 빨리 말라 버리기 때문이다. 자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제비꽃의 디테일한 ‘팡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