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풀꽃나무

1-03. 화엄사의 올벚나무

flower-hong 2024. 8. 19. 10:10

여수 가는 길에 찾은 구례 화엄사...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대웅전보다도 규모가 큰 각황전, 다보탑에 비견되는 조형미를 갖춘 사사자 삼층석탑 등의 국보를 품고 있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각황覺皇은 ‘깨달은 임금, 부처'와 ‘임금을 깨닫게 해준 부처님'이라는 의미다. 각황전 옆에는 각황전 중건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수령 3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홍매화가 느티나무처럼 크게 자랐다.
 

각황전과 오층석탑


각황전, 사사자 삼층석탑, 오층석탑 등을 알현하고 벽암선사가 심은 올벚나무를 찾아 지장암 언덕을 오른다. 사실 화엄사를 찾은 이유 중 하나다. 한여름 습한 날씨에 등허리에 땀이 차오른다. 그 길에 노란 꽃잎이 눈부신 삼잎국화를 만났다.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꽃이 눈부시게 빛난다. 
 

삼잎국화


국화과의 삼잎국화는 잎 모양이 삼베를 짜는 삼(대마) 잎을 닮은 국화에서 유래한다. 또한 꽃이 예뻐서 꽃나물 혹은 키가 커서 키다리노랑꽃으로도 부른다. 이와 비슷한 뚱딴지는 잎이 피침형인 반면에 삼잎국화는 여러 갈래다. 식용 가능한 식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겹삼잎국화는 어린잎과 줄기의 그윽한 향이 좋아 나물이나 장아찌, 된장국 등으로 혹은 곤드레나물처럼 밥을 지어 먹는다.
 
외진 곳에 홀로 떨어진 자그마한 지장암의 뒤쪽 좁은 돌계단 몇 개를 오른다. 여기가 맞나? 의심이 들 즈음 천연기념물 38호로 지정된 올벚나무가 나타났다. '올'은 올벼, 올콩, 올밤처럼 곡식이나 열매가 빨리 자란다는 뜻의 접두사로 올벚은 벚나무 중에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벚나무다. 반면에 세로티나벚나무(미국귀룽나무)의 세로티나는 꽃이 늦게 핀다는 뜻이다. 그런데 벽암선사는 왜 그 많고 많은 나무들 중에 하필이면 올벚나무를 심었을까?
 

올벚나무


벽암선사는 임진왜란 당시 해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신했던 인조는 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남한산성을 수축을 계획한다. 이를 위해 나라의 재정이 부족하자 팔도의 승려들이 동원되었고 벽암선사는 팔도도총섭이 되어 남한산성을 3년 만에 축성한다. 당시 승려들은 한양에 들어갈 수 없는 신분이었으나 산성 공역에 동원되면 도첩을 발급해 주었다. 이후 승려들에게는  산성 방어 임무도 주어졌다. 1632년 벽암선사는 임진왜란 당시 타버린 화엄사를 중수하였다.
 

사사자 삼층석탑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벽암선사는 의승군 3,000명을 이끌고 관군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향하다가 인조의 항복 소식에 통곡한다. 효종은 북벌을 계획하며 벚나무 심기를 장려했다. 벚나무는 활과 화살 제작에 필요한 군수물자였다. 효종이 왕자 시절에 화엄을 강의했던 벽암선사는 그 뜻에 호응하여 화엄사 근처에 올벚나무를 심었다. 비록 효종의 북벌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지만 그 중 살아남은 올벚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벽암선사의 화엄사와 남한산성... 벽암선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유실되거나 불에 탄 사찰을 중창하고, 불교미술문화재를 조성에 앞장섰다. 화엄사 외에 법주사, 송광사, 해인사, 쌍계사 등도 그가 중창불사한 곳이다. 또한 불상, 불화 등 불교역사상 가장 많은 불사를 주도했다. 
 
화엄사가 한줌 재가 되버릴 위기도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들이 숨을 수 있는 사찰이나 암자를 불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당시 차일혁 빨치산 토벌대대장은 "절을 태우는 데는 하루면 족하지만 다시 세우려면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며 대신에 관측과 사격이 용이하도록 문짝만 태울 것을 건의하여 화엄사를 비롯한 많은 고찰들을 지켜냈다. 반면 남한산성 축성 당시 전국에서 동원된 승군이 머무를 숙소와 무기, 화약, 군량미 등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9개의 사찰은 1907년 일제의 군대 해산령에 의해 대부분 불타고 말았다.
 

찰피나무


화엄사에서 나오는 길... 동그랗고 단단한 열매가 달린 나무가 보인다. 아! 염주나무로 불리는 찰피나무다. 염주나무는 모감주나무, 찰피나무, 멀구슬나무 등 염주를 만들 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총칭하는데 사찰에 있는 염주나무는 대개 찰피나무다. 어느 사찰에서 만날 수 있을까 고대하던 찰피나무를 올벚나무의 화엄사에서 만난다.

'1. 풀꽃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5. 남한산성의 해바라기  (3) 2024.10.02
1-04. 제주의 나한송  (1) 2024.09.09
1-02. 제주의 문주란  (0) 2024.07.27
1-01. 이재효 갤러리의 리아트리스  (1)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