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1936년)"의 한 장면이다. 메밀은 메(산)에서 나는 밀이다. 식감이 거칠어 밀보다 싼 곡물이었지만, 한국전쟁 후 밀가루가 대량 수입되면서 더 비싼 몸이 되었다. 메밀 가루는 도정이 제대로 안 되던 시절에 껍질이 섞여 검게 보였으나 지금은 일부러 메밀가루를 볶거나 메밀을 통으로 갈아서 그렇게 만든다. 1800년 11세에 즉위한 순조(1790~1834)의 치세는 난세의 시작이었다. 정조에 가려 있던 정순왕후의 수렴첨정을 시작으로 강력한 왕권에 의해 유지되던 붕당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세도정치가 싹을 틔워 나갔다. ‘도를 회복시킨다’는 세도世道정치는 홍국영에 의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