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일... 제주에서는 비공식 벌초일이다. 지금과는 달리 예전에는 임시공휴일로 정해 학생들이 조상을 모시고 효를 배우도록 권장하는 벌초 방학도 있었다. 며칠 전,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 "올해는 사람 구해시난 20만 원만 보냉 오지 말라" 몇 년 전부터 남들처럼 사람을 쓰자고 했다. 아버지, 형, 나, 친척 둘이 하기엔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 100평 남짓한 공동묘지와 외떨어진 무덤 하나. 중산간에 위치한 공동묘지는 할만 하지만, 높이 2m, 폭 1.5 m 정도의 산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은 쉽지 않았다. 돌 틈새로 요리조리 뻗어나간 칡덩굴, 들장미, 망개나무 등이 엉키고 설켜 있다. 낫으로 덩굴을 잡아 당길 때 일부 산담이 무너진 적도 있었다. 어느 해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