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누가 무어라 해도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벚꽃(cherry blossom)의 계절이다. 4월이 시작될 무렵, 전국 곳곳에서 ‘이제 봄인가?’할 즈음에 열흘 정도 화사하게 피었다가 가느다란 가랑비와 애기 숨소리 같은 실바람에도 꽃비를 흩날리며 지고 만다.

버찌는 벚나무의 벚과 씨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벚은 ‘벗’이기도 했다. 벚나무는 일손이 부족한 모내기철에 ‘벗’이 모내기를 도우러 올 즈음에 꽃이 피는 ‘벗나무’였던 것이다. 버찌는 앵두보다 작고, 검은데 영어로는 모두 체리다. 식용 체리는 과일로 육종된 양벚나무 열매다. 벚나무는 공해에 강해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특히 균일하고 무르기가 적당한 재질은 글자를 새기는데 안성맞춤이었다. 팔만대장경판에 쓰인 나무도 64%는 산벚나무다.
벚꽃의 계절이 돌아오면 벚나무 원산지에 대한 논쟁은 신문의 단골 기사다. DNA검사 결과, 제주 벚나무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별개의 자생종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제주도 이외의 지역은 대부분 왕벚나무다. 해마다 군항제를 여는 진해에서도 광복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며 왕벚나무를 베어 냈다가 제주가 원산지라는 주장에 힘입어 다시 심었는데, 이 역시 대부분 왕벚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