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지치는 우리나라 각처의 해안가 모래땅에서 나는 다년생 초본으로 지치와 비슷하면서 바닷가 모래에서 자란다 해서 모래지치다. 지치?

지치는 지초芝草로 보라색 뿌리는 약초와 염료로 쓰였다. 무엇보다도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며, '벗 사이의 맑고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지芝'가 바로 지초다. 대규모 생태 복원을 거쳐,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한 난지도 역시 향기로운 난초와 지초가 어우러진 섬이라는 뜻이었다.
지란지교는 "명심보감"에 있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어느 날 공자는 자하와 자공에 대해 말했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자하는 날마다 더할 것이요, 자공은 덜할 것이다" 증자가 물었다. "무엇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이에 공자는 "자하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자공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들의 사람됨을 알려면 그 아비를, 잘 모르는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그 임금을 알지 못할 때는 그 신하를, 그 땅을 알지 못할 때는 그 땅의 초목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란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오래되면 그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착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그것 또한 동화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인 것이다.
지란지교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향아, 신달자 시인과 함께 낸 유안진의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 중략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 중략 /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지초는 풀꽃나무의 탐구를 시작하면서 창포와 함께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늘 품고 있던 풀이다. 풀꽃나무에서 새로운 앎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면, 지초와 창포에는 이미 지란지교와 단옷날 머리감기가 있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중에 지초나 다름 없는 모래지치를 만났다. 그런데 바닷바람 때문일까 향기는 맡을 수 없다. 창포는 언제일까?
지초에는 뜻을 같이하는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함께 축하해 준다는 송무백열松茂柏悅과 일맥상통하는 지분혜탄芝焚蕙歎도 있다. 지초가 불타니 혜초가 탄신한다는, 친구의 불행을 내 일처럼 슬퍼하는 사자성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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