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새로 시작하는 풀꽃나무

02. 고양이풀, 캣그라스와 캣닙

flower-hong 2026. 4. 4. 21:35

보리 까끄라기 같은 풀... 경작지 주변에 흔한 참새귀리다. 식물 이름에 쓰인 ‘참새’는 새鳥를 통칭하거나 별로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렇지만 이삭이 참새처럼 앙증맞다. 참새귀리는 쌀이나 보리와 섞어 밥을 짓거나 가루를 내어 밀가루와 섞어 사용했지만 지금은 주로 가축 사료로 쓰인다.


참새귀리 (하늘공원, 0526)


참새귀리와 달리 귀리는 쌀, 보리, 옥수수보다 열량은 높지만 지방, 단백질,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해 '곡물의 왕'이라 불리는 슈퍼 푸드다. 오트밀이나 쌀과 함께 잡곡으로 먹는데 오트밀은 귀리를 뜻하는 '오트Oat'와 곡물 가루나 음식을 뜻하는 '밀Meal'의 합성어다. 귀리의 겉겨를 벗기고 볶거나 쪄서 압착, 분쇄하여 만든 가공식품으로, 주로 아침에 죽처럼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한다.

원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귀리는 맛이 없고 거칠어 말밥으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귀리는 쥐가 먹는다는 쥐보리로 불렸다. 온화하고 토양이 좋은 영국의 주식은 밀, 척박한 스코틀랜드는 귀리로 '귀리는 말이 먹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다'는 영국 속담도 있다. 독일의 주식은 호밀Rye과 감자다.

귀리는 대표적인 고양이 풀, 캣그라스Cat grass다. 캣그라스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볏과의 작은 풀로 귀리, 보리, 밀, 참새귀리 등의 싹을 통칭한다. 캣그라스는 그루밍할 때 삼킨 털이 위에 쌓여 생긴 '헤어볼'을 토해내거나 대변으로 배출을 돕는 등 일종의 소화제로 야생 본능을 충족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고양이가 더 좋아하는 풀은 캣닙Catnip이라는 개박하다. 고양이는 개박하가 분비하는 '네페타락톤Nepetalactone' 향을 맡으면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흥분하며 바닥을 뒹굴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캣닙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원에서 표범, 호랑이 등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기여한다. 고양이에게 해롭지 않고 고양이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말린 개박하가 들어간 장난감, 개박하 향이 밴 스크래치 판 또는 개박하 재배 세트 등 관련 상품들도 많다.


개박하 (일자산 서브천문공원, 0425)


이외에도 개다래가 혹병에 대항해 만든 충영의 ‘액티니딘’도 고양이에게 환각을 일으킨다. 고양이가 소화불량이나 배탈이 났을 때 뜯어 먹는 것에서 유래한 괭이밥도 있다.

특이하게도 귀리(특히 메귀리)는 쥐손이풀처럼 건조할 때는 꼬리가 감겨 있다가, 비가 오면 꼬리가 펴지면서 드릴처럼 수직으로 땅을 파고드는 자기 심기Self-planting 구조를 갖고 있다. 잡초 참새귀리에서 새로운 앎이 넘친다.

캣그라스, 캣닙, 괭이밥... 연구강의동 지하주차장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산다. 그런데 얄밉기 그지 없다. 퇴근 시간에 시동을 켜면 어디선가 뛰쳐나와 쏜살같이 도망간다. 가만히 있으면 있는 줄도 모르고 해꼬지할 마음은 일도 없는데, 마치 못 볼 것을 본 양 부리나케 도망가 버린다. 캣닙으로 꼬셔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