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새로 시작하는 풀꽃나무

05. 성불사 풍경소리의 윤판나물

flower-hong 2026. 4. 19. 22:50

가지 끝에 길쭉한 통 모양의 아래로 쳐진 노란색 꽃... 대개 꽃은 위나 옆으로 꽃잎을 열어 곤충을 유혹하지만 꽃이 덜 핀 걸까? 아니면 아침이라서? 싶게 그렇게 핀 윤판나물이다. 가을에 둥근 열매는 검게 익는다.


윤판나물 (올림픽공원, 0417)


이름도 특이한 윤판나물의 유래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래로 숙인 모습이 겸손한 윤판서 같다는 설이다. 둘째는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통나무 벽을 흙으로 채워서 만든 전통 산간 가옥인 귀틀집을 지리산 근처에서는 윤판집이라고 하는데, 꽃받침이 그 지붕을 닮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윤기 나는 잎과 꽃이 둥굴레처럼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는 것이다.

한자어로는 ‘보탁초寶鐸草’다. 보탁은 절이나 탑의 네 귀에 매다는 풍경風磬으로, 고개 숙인 꽃부리가 보탁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릴 것 같다는 뜻이다. 경치를 나타내는 ‘풍경風景’과는 다르다. 풍경에는 물고기 모양의 금속판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려 소리가 난다.




풍경은 노산 이은상의 시에 홍난파가 작곡한 '성불사의 밤'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사찰에서는 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경 소리, 염불 소리, 목탁 소리 그리고 불전사물佛殿四物의 타종 소리다. 불전사물은 목어, 운판, 법고, 범종을 말한다.

목어木魚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로 배 부분을 비워 나무 막대기로 쳐서 소리를 낸다. 수중생물들의 복을 비는 소리로, 물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지느러미를 계속 움직이며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항상 수행에 정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목탁도 목어에서 유래한다. 탁鐸은 작은 종과 비슷한 악기로 목탁은 '나무로 만든 탁'이다. 목탁의 손잡이는 물고기의 꼬리, 구멍은 아가미에 해당한다. 대웅전도 용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물고기의 꼬리가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 물고기가 용이 되듯이, 평범한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청동으로 만든 구름 모양의 운판雲板은 날짐승의 복을 비는 법구다. 끝으로 쇠가죽으로 만든 법고法鼓는 땅에 사는 짐승들의 복을 비는 소리다. 북의 앞뒷면은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 좋은 소리가 난다는 믿음으로 암소와 숫소의 것을 각각 사용한다. 범종梵鐘은 현세뿐만 아니라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의 복을 빌기 위한 것이다.

풍경, 목어, 목탁...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로 다가온 윤판나물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