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새로 시작하는 풀꽃나무

01. 인생의 쓴맛, 고삼

flower-hong 2026. 4. 1. 22:00

가끔 눈에 뜨이는 꼬투리... 수능으로 인생의 쓴맛을 알아가는 고3을 연상시키는 우리나라 원산의 고삼苦蔘이다.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약성이 뛰어난 뿌리가 써서 쓴너삼이라고도 한다. 예능의 단골 벌칙 중 하나도 고삼차다. 또는 뿌리가 지팡이처럼 구부러져 있어 '도둑놈의지팡이'로도 불린다. 고삼과 반대로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한 황기는 단너삼으로 불린다.

고삼 꼬투리, 0824


한방에는 다섯 가지의 삼蔘이 있다. 서로 다른 과에 속하지만 효능이 인삼人蔘 못지않다는 고삼苦蔘, 단삼丹蔘, 현삼玄蔘, 사삼沙蔘(더덕) 등을 ‘오삼五蔘’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에 어울리는 약재가 바로 고삼苦蔘이다.

고삼은 가지 끝에 연한 노란색 꽃이 줄줄이 피며 열매는 익어도 통통한 꼬투리가 잘 갈라지지 않는다. 뿌리에는 '마트린' 성분이 있어 해열과 이뇨 작용에 효과가 있으며, 고삼을 우려낸 물로 목욕하거나 가루를 내어 피부에 바르는 등 미용과 피부 노화 방지에 쓰인다. 민간에서는 변소에 넣어 구더기 방제에 쓰였다.

고삼 꽃, 0626


삼국시대까지 '고창'이라 불렸던 안동이 그 이름을 갖기까지는 고려 건국과 관련된 고삼주의 전설이 전한다. 927년 공산 전투에서 승리한 견훤은 고창을 포위하며 죽령 이동 지역을 장악하려 했다. 당시 신라는 백제의 속국과 다름 없었다. 견훤은 고려의 마지막 근거지인 고창을 향했다.

930년 전투 초기에는 후백제 우세였다. 그러나 서라벌을 점령한 후 경애왕을 죽이고 왕비를 욕보인 견훤에게 반감을 가진 신라 호족들은 고려의 편에 섰다. 견훤은 상주의 농부 출신이었다. 이때 안중이라는 주모는 고삼주를 견훤의 군사들에게 제공한다. 독한 고삼주에 견훤의 군사들이 인사불성이 된 틈을 타 유금필 등의 맹활약에 힘입어 왕건은 대승을 거둔다. 고창 전투로 목숨을 잃은 견훤의 병사가 8천명에 달했다.

고려는 당시 왕건을 도운 고창의 김선평, 권행, 장길에게는 임금의 스승이라는 삼태사 칭호를 내린다. 이들이 안동 김씨, 안동 권씨, 안동 장씨의 시조다. 고창군은 부府로 승격되었고, 동국을 평안하게 했다는 '안동安東'으로 바뀐다. 차전놀이도 고창 전투를 기념하여 안동 지역에서 전해져 온 민속놀이다. 매년 태사묘에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관들은 안중을 모신 안묘당에도 제사상을 올린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고삼의 고苦는 맛으로, 삼參은 효과로 이름 지어졌다’라고 기록한다. 고삼과 더불어 쓴맛이 강한 약초로는 백선의 뿌리인 봉삼과 뿌리가 용의 쓸개처럼 쓰다는 '용담'이 있다. 인생의 길목에 선 고3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 현재 전승된 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개국을 전후해 밀(누룩), 수수, 조로 빚은 문배주로 추정된다. 문배는 야생 배로, 배가 쓰이지 않았으나 문배 향이 난다고하여 문배술이다. 고삼주는 두 번째로 오래된 술이다.

※ 열매가 옷에 잘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이름 붙여진 '도둑놈의갈고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