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양재꽃시장의 호야, 히아신스, 프리지아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양재꽃시장을 찾았다. 1991년 2만 1천평 규모로 개장했으며 가동, 나동, 지하상가, 분재, 정원수 상가, 생화 경매시장 등이 있다. 식물원이나 산과 들로 나서지 않아도 화사한 봄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바질트리, 프리지아, 히아신스, 풍란, 게발선인장... 그리고 작은 묘목에 편백나무 표지가 붙어 있다. 그런데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다. "사장님, 이 나무가 자라면 잎이 편평해 지나요?" 물었더니, 갑자기 급발진한다. "꼭 잎이 그런 나무만 편백나무가 아녜요."라며 횡설수설이다. 삼나무 묘목이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삼나무보다 피톤치드 효과가 있는 편백나무라고 해야 잘 팔렸던 걸까? 중고차나 관광지 바가지는 들어봤어도 꽃집 바가지는...

그 옆의 사진에 담고 싶었던 호야Hoya 꽃이 보인다. 둥근 공처럼 생긴 꽃 무리는 40여 개의 꽃들로 이루어진다. 호야는 식물학자가 친구이자 역시 식물학자인 토마스 호이Thomas Hoy를 기린 것으로 왁스플랜트waxplant로도 불린다. 별 모양의 꽃은 두껍고 밀랍 느낌이 나는 삼각형의 꽃잎 위에 또 다른 별 모양 구조인 코로나가 있다. 호야는 번식이 쉽고, 뿌리가 있거나 없거나 잘라서, 또는 화분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이름만 들었던 히아신스Hyacinth... 튤립같은 알뿌리 식물로 양파처럼 생긴 비늘줄기에서 자란다. 향료로 쓰이며 5 kg의 꽃에서 약 1 g의 기름이 채취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폴론은 미소년 히아킨토스를 항상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둘은 원반 던지기 놀이를 했다. 이때 그들을 질투한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땅을 맞고 튀어오른 원반에 히아킨토스가 맞아 죽고 말았다. 그 뒤 그의 피가 떨어진 자리에서 히아신스가 피어났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아킬레우스 갑옷에 얽힌 전설도 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가 죽자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는 간신히 그의 시체를 찾았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아들의 갑옷을 가장 훌륭한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 이에 오디세우스에게 갑옷이 주어지자 실망한 아이아스Aias는 자살했고 그 자리에 Ai가 새겨진 히아신스 꽃이 피어났다. Ai는 슬프다는 뜻이다.」
그리고 혼성 듀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1994년)을 떠올리는 노란 프리지아...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 프리지아 꽃향기를 내게 안겨줄 / 그런 연인을 만나봤으면...」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어느 날 나르키소스를 사랑하게 된 요정 프리지아는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홀로 애만 태운다. 그러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키소스가 물에 빠져 죽자 그녀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나르키소스의 수선화와 함께 피어난 꽃이 프리지아freesia였다.
양재꽃시장에서 만난 호야, 히아신스, 프리지아... 이름의 유래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과 달리 역시 서구적이다. 차보다 커피가 익숙하듯 어느 새 우리 일상에 친근한 이름이 된 그들이다.
※ 구근球根 식물 : 식물체의 잎, 줄기 또는 뿌리 일부가 양분을 저장하는 기관이 되어 비대해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