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hong 2025. 4. 6. 15:29

앵두나무는 꾀꼬리가 먹는 복숭아 같은 열매라는 뜻이다. 꾀꼬리 ‘앵鶯’과 복숭아 ‘도桃’를 합친 앵도에서 앵두가 되었다. 작은 키에 줄기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사과 같다고 하듯이, 앵두는 여인의 붉고 도톰한 입술에 비유되는 탐스러운 열매였다. 또한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단순호치丹脣皓齒’라 하여 미인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앵두나무, 20250404

 
앵두나무는 버드나무와 함께 온 동네의 소문을 퍼 나르는 아날로그 단톡방인 우물가에 흔한 나무였다. 가요 ‘앵두나무 처녀(1955)’에서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람난 동네 처녀 소문의 진원지가 바로 앵두나무 우물가였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앵두를 유난히 좋아했던 왕은 세종(1397~1450)이었다. 문종(1414~1452)은 세자 시절에 궁 안에 앵두나무를 심어서 거둔 앵두를 부왕께 올렸다. 이에 세종은 외간에서 올린 그 무엇도 이에 비길 수 없다며 맛있게 먹었다. 문종은 세자의 신분으로 7년간 대리청정을 했지만, 재위 기간은 2년에 불과해 병약한 군주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수염이 길어 풍모가 관우와 같았으며, 측우기(1440년)를 발명한 임금이었다.
 

250605


가지마다 빼곡하게 달린 빨간 앵두는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종의 아우, 수양대군(1417~1468)에게는 궁 안의 앵두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