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계절 풀꽃나무_3

09.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야, 은방울꽃

flower-hong 2025. 4. 9. 23:07

“내 마음의 들꽃 산책(2021년)”의 표지 모델인 은방울꽃... ‘예쁘네, 언제 만날 수 있으려나?’ 그 은방울꽃을 서울숲공원에서 만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줄 쳐진 넓은 화단 한 가운데에 나 찍어보란 듯 피었다.
 
은방울꽃은 꽃대에 대롱대롱 앙증맞게 핀 하얀 꽃이 은방울을 닮은데서 유래한다. 한자어는 향기가 은은하고 좋다는 향수화香水花다. 영어는 계곡의 백합lily of the valley 혹은 5월의 백합May lily이다. 또는 꽃이 늘어선 모습에서 마리아의 눈물, 5월의 작은 종, 천국의 계단, 요정들의 찻잔으로 불리는 귀여운 은방울꽃은 관상용으로 인기다. 그렇지만 독성이 강한데다가 잎이 산마늘이나 둥굴레와 비슷해서 잘못 먹으면 사망할 수 있다. 심지어 은방울꽃을 꽂아두었던 화병의 물로도 중독될 정도다.
 

은방울꽃

 
은방울꽃은 노동절의 꽃이기도 했다. 왜 그럴까?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5월 1일에 은방울꽃 무도회가 열렸다. 여자들은 하얀 옷을 입었고, 남자는 사랑과 행운의 은방울꽃을 단추에 달았다. 이후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맞아 5월 1일을 노동자의 날May Day로 정하면서 이 날에 은방울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원래 노동자의 날은 1886년에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총파업에서 총격으로 희생당한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노동자의 날은 쉬는 빨간 날일까? 일하는 까만 날일까? 진달래와 철쭉의 구분이나 벚꽃의 원산지 논쟁처럼 해마다 5월 1일이면 반복되는 논란이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자는 ‘직업을 불문하고 임금(월급)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따라서 월급이 아니라 사무의 처리나 일의 완성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배달 기사, 돌봄 도우미, 연예인, 자유 계약 운동선수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공무원은 공무원법을 따른다. 근로자 해석 기준에 따라 휴일이 다른 것이다.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는 꽃말을 가진 은방울꽃이다. 그래서일까? 영국 왕실과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들었던 은방울꽃 부케는 ‘로열 패밀리 부케’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고가의 은방울꽃 부케가 화제가 되곤 한다.
 
부케bouquet는 다발, 묶음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신랑에게 부케를 받은 신부는 허락의 의미로 꽃 한 송이를 신랑의 가슴에 꽂아주었는데 이를 부토니아boutnniere라 한다. 주례와 부모님의 가슴에 꽂는 ‘꽃사지’는 몸에 꼭 맞는 옷의 허리 부분이나 의복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코르사주corsage’가 영어로 ‘코사지’라 불리면서 여성이 가슴 등에 다는 꽃다발로 의미가 변했다. 그리고 ‘꽃사지’는 '코사지' 발음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대신할 우리말로 ‘맵시꽃’을 선정하기도 했다. 
 

은방울수선

 
아쉬움을 달래며 걷던 차에 길 가장자리에 핀 은방울꽃을 만났다. 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화담숲에서는 은방울이 봄바람에 흔들린다는 ‘은방울수선’도 만났다. 영어로는 눈송이snowflake다.

그런데 둥굴레꽃도 알고보면 은방울꽃 못지않게 앙증맞고 예쁘다. 은방울꽃 대신에 둥굴레꽃 부케는 어떨까?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는 꽃말도 좋지만 독성이 있는 은방울꽃보다 ‘고귀한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진 둥굴레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둥굴레처럼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하게 살다보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터이다.